롯데리아에서 점심 특선 데리버거 세트를 시켜먹으면서, 머리를 좀 식혔다.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고(에어팟으로 명상 음악을 듣긴 했다), 천천히 꼭꼭 씹어먹으면서 앞만 봤다.
그러다 보니 평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방에 안내판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우선 롯데리아 본사에서 제공하지 않은 게 분명해보이는 것들이 좀 있었다.
예를 들어 매장 직원이 직접 쓴 듯한 화장실 위치 안내 표지판.
그리고 본사에서 시킨 건지, 매장에서 작업한 건지 모를 것도 있었다.
예를 들어 환경부 로고와 함께 셀로판 코팅된 "종이빨대 사용 매장" 안내판.
끝으로 본사에서 주도한 듯한데 '설마 저 따위로?'라는 생각이 드는 각종 안내판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매대 위 온장고/냉장고 유리 표면에 붙은 음료수별 가격. 색종이에 매직펜으로 가격을 크게 쓴 후 테이프로 붙인 것이었다.
POS기 아래쪽 빈 공간에는 아이스크림 700원 스티커가 두 개 겹쳐 있었다. 강조하려고 그런 것이려나.
매출 상승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나는 모른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경제성을 따져선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것이다.
돈이 되든 안 되든, '이건 하면 안 돼'라든가 '이건 꼭 해야 돼'라든가 하는 당위가 우선인 결정도 있다.
브랜드의 '느낌'이라는 것은 그런 당위가 형성하는 것 같다. 개개인의 당위가 그 삶의 색채를 결정하듯, 그리고 멋진 당위를 올곧게 유지하는 개성은 빈부를 떠나 매력이 있듯, 기업도 일관된 당위를 오래 유지하면 브랜드가 강해지는 게 아닐까?
실무자는 이런 큰 결정을 못한다. 이미 내려진 전사 차원의 결정 범위 내에서 재량을 발휘할 뿐이다.
즉 브랜드 자산을 가꾸는 것은 더 높은 직급의 책임이다.
임원이 매일매일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하면, 장기적인 이익의 극대값은 달성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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