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 좋은 일인가
좋은 일의 세 가지 조건을 정리했습니다.
동기
“어떤 일이 좋은 일인가”는 많은 사람들이 자주 다루는 주제다. 돌고 도는 순환 논법에 빠지지 않도록, 한 번 잘 정리해두고자 한다.
TL;DR
‘좋은 일’은 다음 세 가지 모두 만족해야 한다.
- 즐겁다.
- 돈이 기준이 아니다.
- 내적 가치에 부합한다.
셋 중 하나 혹은 둘만 만족하면 좋은 일이 아니다.
1. 즐겁다.
일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 찰리 멍거는 “Do what excites you”라고 했다. 나는 내 딸이 “아빠는 왜 그 일을 해?”라고 했을 때, “이러저러한 이유로 희생하는 거야”라고 답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답이 딸의 직업관 형성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힘들다면 즐겁지 않은 것이다"라는 오해도 경계해야 한다. 한동안의 고통과 권태 뒤에 찾아오는 '즐거움'도 있다. 사실 일에서 오는 즐거움은 대부분 고통과 권태 뒤에 찾아온다.
내게 있어 즐거운 일은 지식과 발상을 이용한 창조를 반드시 동반한다. 그리고 발상은 여유, 의지, 난관을 필요로 하므로, 이 세 가지도 좋은 일의 필요 조건이 된다.
사실 지식과 발상은 진화를 통해 드러난 '적자(適者)'의 특징이기도 하다. 인간은 지식과 발상을 무의식적으로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 지향은 지식과 발상이 가져다 주는 생존 효과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2. 돈이 기준이 아니다.
같은 일이라도 돈이 기준 되면 좋은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며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며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 - 마태복음 6장 24절
이 구절의 심오함은 돈의 배타성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돈이 차지한 자리에는 다른 것이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돈이 기준이 되면, 일껏 얻은 업무 성취감이 벼락 친구 앞에서 무력감으로 변합니다. “이 친구는 코인으로 50억을 벌었는데, 난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돈을 기준으로 삼는 모든 사람은 예외 없이 hedonic cycle에 빠진다. 돈을 기준으로 삼는 사람은 아무리 부자여도, 더 큰 부자를 보면서 회의를 느끼기 마련이다.
사랑, 존경, 신뢰처럼 돈보다 항구적인 가치를 기준 삼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먼 미래까지 축적할 위대한 유산(legacy)은 무엇인가’ 하는 정념(正念)을 가져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이 질문에 천착해 돈으로부터 충분히 멀어질 수 있었다. 그는 죽을 때 큰 부자였지만 부자로 수식되지 않는다. 대신 우리 마음 속에 영원한 비저너리로 남아 있다.
모차르트는 돈 관리를 못해 말년에 찢어지게 가난했고, 고흐는 화가로서 돈은 물론이고 명성도 얻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이 죽을 때 재산은 지금 가치로 약 9억 원 수준이었고, 스티브 잡스의 영웅이었던 소니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는 전성기 자산이 현재 가치로 겨우 6.5조 원 수준이다.
사람은 그가 남긴 재산이 아니라, 그가 남긴 이야기들로 기억되는 것이다.
3. 내적 가치에 부합한다.
내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일은 평생 할 수 없다. 평생 한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상흔을 남긴다. 내적 가치(Inner Scorecard)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아래 다섯 가지를 추구한다.
- 정직
- 성실
- 평정
- 집중
- 감사
이 다섯 가지를 자주 포기해야 하는 일은 좋은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