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은 내가 끔찍하게도 싫어했던 직장이다.
지금도 다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글쎄... 탐탁지는 않을 것 같다.
아무튼, 오늘 팀장님들과 식사하면서 내 마음이 크게 감동했다.
비록 사표를 던지고 뛰쳐나왔지만, 아직도 이렇게 좋은 관계로 웃으며 만날 수 있는 사이라는 게 참 감사하다. 술도 강권하지 않으시고 말이다.
팀장님이 50이 넘게 살아오시면서 느끼는 것에 대해서 내게 말씀해주셨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나의 언어로 의역(?)했다.
1. 너만의 차별화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학벌도, 인맥도, 가문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들은 너를 'one of them'으로밖에 만들지 않는다.
그런 것이 꿀템으로 먹히는 리그라면 그 리그는 너에게 마이너리그라는 뜻이고, 그런 리그에서 스타가 돼서 메이저리그로 가게 되면 더이상 그런 요소들은 꿀템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리그가 올라갈수록 학벌 같은 것들은 너를 차별화해주지 못한다. 좋은 곳으로 갈수록 너보다 뛰어난 사람은 널렸다.
그렇다면 어디에 있든, 어느 리그에서든 너만의 색깔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세상을 보는 너만의 눈을 가져야 한다. 자기만의 철학, 자기의 사상이 있어 그것을 창문으로 삼아 세상을 보는 사람은 색깔이 강하다.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분명하게 구별된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자기 주관이 완전히 서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설득하겠는가.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이것이 옳고, 이것이 그르다!"라고 리드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 실제로 옳든 그르든 최소한 자기가 믿는 것이 있어야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자기가 믿는 진리가 필요하다.
예수가 죽으면서까지 자기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믿었을 때는 그것이 그에게는 얼마나 분명한 진리였겠는가. 그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기 자신에게 떳떳했다. 그 진리가 실제로 옳든 그르든, 진리를 마음에 품고 그것을 믿는 사람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2. 책을 많이 읽어라.
그렇다면 자기만의 철학은 어떻게 정립할 수 있는가?
잡담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지식을 섭렵한다고 해서 자기 철학이 생기지는 않는다.
앞으로 너의 인생 전체를 관통할 철학이니만큼, 가볍게 탐색해서는 얻을 수 없다.
책을 많이 읽어라.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된다.
오래 된 책은 수백년이 지나도록 세상의 비판과 공격에서 살아남은 독종들이다.
그만큼 그 책이 옳다고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책을 통해 위대한 철학자들과 대화를 나누어라.
3. 자기 행복보다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살아라.
나(팀장님)보다 더 나이 많은 어르신들께서 그러시더라.
가장 큰 행복은 결국 나의 도움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때,
그래서 타인이 나로 인해 행복해하는 것을 볼 때 찾아오는 것이라고.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어라.
착하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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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맞는 말씀에 깊이 감동했다.
더욱 짜릿했던 것은 '아, 내가 잘 살고 있구나!'라고 다시 한 번 팀장님을 통해 확인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 2시간 내외 매일 독서하는 것.
구제에 더욱 힘쓰고 십시일반을 살리는 것.
오늘 팀장님과의 만남은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생명수 같은 시간이었다.
오늘의 대화를 절대 잊지 말고, 정말 잘~ 살아야겠다.
똑똑하고 일 잘하는 사람도 좋지만 그보다도,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 돼야겠다.
클라이언트가 맡긴 일을 척척 해내는 사람도 굉장히 훌륭하지만(그런 사람이 안 되겠다는 것은 아니고),
클라이언트의 어려움에 마음 아파하고 내 일처럼 눈물 흘릴 수 있는 따~뜻한 컨설턴트가 되고 싶다.
내가 그럴 수 있을까.
(2024-07-24: 지금은 공감하지 않는 종교적 체험을 일부 제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