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잡스, 아마존..., 온워드, 좋은 기업..., Liking... 등을 읽은 것까지 썼던 것 같은데 그 다음 읽은 책들이 꽤 된다.
1. Dan Ariely - The Upside of Irrationality
나름 괜찮다. 초반에는 정말 별로였다. 작가가 갖고 있는 콤플렉스가 군데군데 드러나서 읽을 때 불편했다. 뱅커에 대한 고정관념이 반복적으로 등장해서 학자 치고는 객관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후반부에 기부와 관련한 행동경제학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참고할 부분이 많았고, 실험의 결과가 주는 인사이트들이 나쁘지 않았다. 행동경제학에 입문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책인 것 같다.
하지만 행동경제학 분야에 이미 널리 알려진 기초적 지식을 설명하기 위해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결과만 보여줘도 되는 것을 지나친 수사를 곁들이거나 중언부언하는 바람에 책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실험 결과를 단순하게 보여주는 노력을 했다면 책을 훨씬 짧고 쉽게 만들고도 요체는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2. 김훈 - 칼의 노래
최고다. 이순신의 절절한 외로움이 그대로 전해지는 소설이었고, 굉장히 고증적이었다. 김훈이라는 소설가의 심리가 이순신의 심리와 하나되는 게 느껴져서 좋았고, 간결하면서도 심장을 파고드는 촌철살인의 문장들도 좋았다. 마지막에 첨부된 충무공 연보도 흥미로워 역사라면 질색하던 나로 하여금 역사에 새로이 관심 갖게 만들었다.
다만 소설에 등장하는 이순신의 여자 여진과 관련해서, 난중일기를 잘못 해석한 부분이 있다는 비판이 있다. 소설에서는 이순신이 여진과 잠자리를 같이 하는데, 처자식이 있는 이순신이 진짜로 그랬을까 싶어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사실이 아니었다는 비판이 있었다. (관련 글)
아무튼, 최고의 소설이다. 상대적으로 짧은 책인데도 불구하고 문장이 어려워서, 살면서 다시 읽어볼 자신은 없지만 내 인생 최고의 책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3. 소셜 픽션,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가
친한 동생이 선물해줘서 받자마자 빠르게 읽은 책. 사이언스 픽션에 나온 과학 기술들이 실제로 등장하는 것처럼, 유토피아를 상상하는 소셜 픽션이 많이 만들어지면 그런 세상이 언젠가 오지 않겠냐는 생각이 이 책을 탄생시켰다. 세계적으로 논의되는 다양한 소셜 픽션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소셜 픽션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전 세계 모든 가정이 하루 세 끼를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것은 나의 오랜 비전이었는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기대 이상으로 정말 많구나, 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꿈을 이루는 것은 그 꿈을 잃지 않는 자의 몫이다. 꿈을 잃지 않는 것이 꿈을 이루는 유일한 조건인데, 사람들은 그 쉬운 것을 하지 못하고 결국 꿈을 포기하고 만다. 그래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그토록 적은 것이다.
내가 어릴 때부터 해온 생각인데, 주변에서 이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 책에는 그런 나의 생각을 열렬히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4.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자본론(풀빛, 손철성 풀어씀)
일(노동)에 대한, 자본주의에 대한 나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은 best of best.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얘기를 나누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내 생각에는 자본론을 읽지 않은 사람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자본론이 공산주의 교과서라고 알려진 것은 정말 큰 오해다. 레닌이 마르크스 사상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혁명적 요소를 부각시켜 사회를 전복시키면서 자본론이 오해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마르크스주의라고 하지 않고 마르크스-레닌주의라고 한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통해 하고 싶었던 것은 자본주의가 가진 여러 가지 결점을 분석하고 알리는 것이었다. 폐해가 많고 무너질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를 더 나은 사회 체제로 진화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단결과 혁명을 얘기하긴 했지만 레닌과 스탈린이 보여준 방식은 마르크스를 제대로 이해한 결과라고 볼 수는 없다.
다음 글에서 쓰겠지만, 네이버 열린 연단에서 강신준 교수가 자본론에 대한 강의를 한 영상을 사람들이 꼭 한 번쯤 봤으면 좋겠다.
마르크스 사상을 제대로 적용한 예는 북유럽의 '라인 자본주의(Rhine Capitalism)'이다. 독일의 사민당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150년 이상 싸워왔고, 그 결과는 우리가 잘 알듯 국민의 전체적인 행복 증대로 이어졌다. 노르웨이나 덴마크처럼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마르크스는 사회적 생산과 사적 소유가 자본주의의 최대 모순이라고 지적했는데, 즉 수많은 노동자들이 재화를 생산하지만 그것을 소유할 수 있는 부유층은 극소수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유럽 국가들은 사적 소유의 수준를 잘 통제하고 있다. 바로 세금을 통해서다. 북유럽 국가에서는 소수 부유층의 사적 소유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적절히 통제하고 있다. 자세한 얘기는 다음 글에서, 그리고 링크로 안내할 영상을 직접 보고 듣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한편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이러한 자본론의 원리를 삶 속에서 실천하는 일본의 한 시골 빵집 주인이 쓴 책이다. 긴 말이 필요 없다. 글이 너무 술술 읽혀서 읽는 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고, 읽으면서 정말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글에서 나는 창조주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더 똑똑해진 것처럼 느끼지만, 비과학 속에서 패턴을 발견하던 조상들의 지혜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따라잡을 수 없이 멀어져만 간다. 현대 건축 기술로 만든 건물이 천 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가운데, 나무로 지어진 일본의 절은 이미 천 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것도 읽어보지 않고는 감동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듯해서 이쯤 해야 할 것 같다.
5. 그리스인 조르바(오디오북)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에 책을 보기도 어렵고 해서 오디오북으로 본(?) 책. 작품 속에 등장하는 그리스인 조르바는 작가 카잔차키스 자신을 투영한 인물이라고 한다. 인간은 곧 자유다! 라며 밑도끝도 없는 자유를 좇아 살다가 간 그리스인 조르바.
그러나 사는 동안 내내 자유를 추구한 인물 치고는 그의 인생이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그의 자유는 내가 보기엔 방종이었다. 이 여자 저 여자와 자고, 음악과 술을 즐기고, 신을 저주하고, 순간순간 끌리는 대로 행동한 그의 말로가 어땠는가. 그에게는 행복한 일이 하나도 없었다.
작가의 삶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자유와 평안을 누리지 않고 세상에서 자유를 찾으려고 했기 때문에 그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데 실패한 것 같다.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 크리스천의 본모습인 데 반해, 작품 속 조르바의 모습은 환경에 치여 항상 자기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고 타이를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인 삶으로 보인다. 적어도 내게는.
하지만 역시 고전문학이 주는 느낌은 강렬하다.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내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조르바라는 사람을 아는 나와 모르는 나는 큰 차이가 있음이 분명하다.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 컨설턴트로서의 삶을 시작하기 전에, 극단적 자유를 추구한 조르바를 알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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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요즘 새로 읽고 있는 책은 '엘리야는 길을 안다', '정글만리', '에디톨로지', 프랭크 루박의 편지'다.
놀랍게도 네 권(정글만리는 세 권이니 사실은 여섯 권)의 책은 여러 사람에게 따로 선물받은 책이다. 운도 좋지, 책과 사랑에 빠져버린 나로서는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회사에 들어가기 전 안 바쁠 때 얼른 열심히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