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약함

by Dongeun Paeng
Nov 02, 2015 · 만 25세

다른 사람들보다 강하고 싶어서 무에타이를 시작한 것인데,

하면 할수록 내가 얼마나 약한지, 그리고 세상에 강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다.


아예 아무 것도 모를 때는 '사람이 다 똑같지 뭐, 그냥 치고받는 거지 뭐. 깡으로 하는 거지 뭐."라고 생각이 들었다가,

조금 실력이 늘었을 때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구나! 나는 한참 멀었구나. 난 정말 약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약한 것에 대해 남들 앞에서 위축되기 싫어서 시작한 운동인데,

점점 더 내가 얼마나 약한지, 그리고 세상에 정말 강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계속계속 깨닫게 된다.

더 조심하게 된다. 다른 사람과 시비가 붙지 않도록. 혈기로 싸움을 일으키지 않도록.


예전에 내가 아무 것도 몰랐을 때는 싸움에 가담한 적이 있다. 그 때는 가해자 신분으로 경찰서도 가고 검찰에도 불려갔었다.


지금이라면 어떨까. 함부로 싸우려고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상대방이 나보다 강하면 내가 많이 다칠 것이고, 내가 상대방보다 강하면 상대방이 많이 다칠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다툼을 피하려고 했을 것 같다.


시합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저녁은 프로틴쉐이크와 방울토마토 4-5개. 아침은 못 먹고 점심을 조금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감량도 해야 하고, 계속 센 사람들과 스파링도 해야 해서 너무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예민해진다. 운동하기가 힘들고, 체육관에 가기 싫어서 아침부터 한숨이 나온다.


이번에 시합을 나가고 나면 이제 시합은 나가기 싫어질 것 같다.

운동도 무에타이 같은 타격기 말고 유도나 주짓수 같은 grappling으로 갈아탈 것 같다.


하나님의 마음은 어떨까? 나에게 왜 이런 시간을 허락하신 걸까?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강해져서, 고개를 쳐들고 다니면서 거만 떨까 봐 이런 시간을 주시는 걸까. 시합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대진운이 대부분이고, 상대는 하나님이 고르신다. 나에게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걸까. 실컷 두들겨 맞고 돌아와 이제 글러브는 절대 끼지 못하게 하고 싶으신 걸까.


불안하고 예민한 마음이 자꾸 생긴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매일 힘들게 운동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너무 약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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