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자취방 근처 대로변에 작은 음식점이 하나 있는데, 나는 그곳을 무척 좋아한다.
일단 짜장면, 콩국수, 우동 정도로 메뉴는 5개가 안 되는데, 하나하나 음식이 다 맛있다.
주인 아주머니가 양심적이어서 남은 재료는 다시 쓰지 않고, 한 그릇 배불리 먹어도 가격이 3,000~4,000원밖에 안 된다.
가게 이름도 아주머니의 인품을 닮아 "착한 우동 짜장"이다.
가게 벽면에는 몇 년이 됐는지 가늠도 안 될 정도로 너덜해진 포스트잇들에 사람들의 칭찬과 사랑의 말들이 적혀 있다.
가게가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서, 학교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탈 때는 항상 이 집 앞을 지나게 된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국수 한 그릇 먹고 가자, 라고 해서 들른 적도 많다.
곳곳에 아주머니의 깨알 같은 마케팅 욕심도 녹아 있다.
가게 간판에는 영어로 "Aemiya Baegopuda(애미야 배고프다)"라는 홍보 문구와 어머니는 짜장면이... 등등 낯뜨거운 홍보 문구들이 있다.
이 가게를 들어서면 난 항상 같은 생각을 한다. 음식이 청결하면서 맛있고, 게다가 싸기까지 한 이 완벽한 가게는 왜 맥도널드나 스타벅스처럼 커지지 못하는 것일까. 7평 남짓한 이 작은 가게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10명도 안 된다.
마케팅도 활발히 하는 것 보면 아주머니가 가게를 일부러 작게 유지하고 계신 것도 아닌 것 같고, 나를 비롯해 이 가게에서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이 모두 흡족해하는 실력 있는 가게인데, 커지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음식 실력과 도덕성은 사업 수완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인 걸까?
아주머니는 분명 장인(匠人)이지만 뛰어난 사업가는 아닌 듯하다.
음식으로 예술을 만들지만 가난한 예술가에 그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음식점의 규모와 수입은 반드시 실력에 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렇게 훌륭한 음식점도 수년 동안 그대로인 것을 보면.
어떻게 하면 이런 소상인들을 도울 수 있을까. 맛도 있고 값도 싼 음식점이 더 잘 되도록 내가 뭔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인테리어를 바꾸면 되는 걸까, 마케팅을 큰 돈 들여 하면 되는 것일까, 나는 아무 지식과 경험이 없어서 도울 수가 없다.
한두 마디 조언으로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통찰력을 갖게 되면 꼭 도와드리고 싶다. 그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자주 찾아가서 한 그릇이라도 더 먹는 것뿐.
내년부터 컨설턴트로서 일을 시작한다.
죽을 자리를 꼼꼼히 살피며 전쟁을 기다리는 이순신의 마음처럼,
업을 대하는 정신과 태도를 바로 한 채로 일을 시작하고 싶다.
그냥 이름 있는 컨설팅 펌 출신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력을 갈고 닦아 내가 하는 말에 무게가 있었으면 좋겠다.
실체가 있었으면 좋겠다.
회사의 이름이 나의 이름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지혜가 계속 발전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비단 내 클라이언트뿐 아니라, 내가 돕고자 하는 사람들을 마음껏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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