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성공 원칙을 배우다

by Dongeun Paeng
Oct 20, 2015 · 만 25세

오늘 좋은 인연을 만났다.


미국 유학을 하면서 실리콘 밸리에서 스타트업 경험을 하시고, JP Morgan 리서치 부서에서 인턴 후 오퍼까지 받으시고 그 후에는 국내의 외국계 VC에서까지 오퍼를 받은 분인데, 얘기하는 내내 visionary함과 진취적인 호기심, 그리고 똑똑하고 겸손하신 것에 깊이 감명받았다.


십시일반의 재건에 대한 얘기를 하던 도중에, 본인의 경험을 살려 조언을 해주셨는데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였다.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까 해서 아래 정리한다.


주제는 '조직의 성공 원칙'이다.


1. 결국 사람이다.


이 분은 T-um(티움)이라는 동아리를 하셨는데, 그 동아리는 내 기억에 십시일반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생긴 경영대 동아리다. 십시일반이 모금&기부 동아리라면, 티움은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컨설팅 동아리다. 멋진 비전으로 만들어진 단체라는 점에서 십시일반과 비전까지 비슷하다. 허락만 해준다면 형제 동아리라고 하고 싶은... 아무튼 십시일반은 회원 수가 40명까지 커졌다가 지금 많이 작아진 반면, 티움은 날이 갈수록 잘 되고 있다고 한다.


차이가 무엇인고 하니, 사람이다. 내가 십시일반의 재건을 위해 뭔가 새로운 시스템들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하자, 그 분께서 이런 조언을 해주셨다. "좋은 사람들, 좋은 팀이 갖춰지면 시스템은 자동으로 생깁니다." 즉 동아리가 돌아갈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을 만들고, 동아리원에게 다양한 혜택과 보람을 제공하고, 그 모든 것들 이전에 "사람이 먼저"라는 것이다. 뜻이 통하고 합하는 사람들이 동아리 중심에 자리잡게 되면 여타의 문제들은 자동적으로 해결된다.


이 개념을 들을 때는 정말 많이 와닿고 어떤 말씀이신지 이해가 됐는데, 내가 부족한 글솜씨로 옮기려니 잘 안 된다. 그래서 Jim Collins의 Good to Great에 나오는 개념을 차용해야겠다.


"좋은 회사를 위대한 회사로 도약시킨 리더들이 전환에 착수하면서 맨 처음 한 일은 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 태우는 일, 그리고 부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서 내리게 하는 일이었다. 그러고 나서 버스를 어디로 몰고 갈지 생각했다...중략...핵심 포인트는 '무엇'이냐를 결정하는 것보다, 즉 비전이나 전략이나 조직 체계나 전술보다도 '누구'냐는 문제가 앞선다는 것이다. 누구냐가 먼저고 다음에 무엇이었다."


맙소사! 두 사람은 완전히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내게 이런 얘기를 해주신 이 분도 대단하시고, Jim Collins의 insight도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Jim Collins가 왜 대단한 학자인지는 아래의 2번까지 보고 나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조직원이 스스로 outcome을 보게 하라.


동아리원에게 어떻게 나의 뜨거운 열정과 비전을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물었을 때, 그 분께서 이런 얘기를 하셨다. "스스로 성과를 내고 그것으로부터 보람을 찾게 되면 비전을 억지로 주입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열심히 하게 됩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처음에는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라며 긴가민가하는 동아리원도 있을 것이다. 이 일을 왜 하는지 이해를 못하고, 시간이 아깝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내가 가진 생각과 비전을 얘기하는 것은 대증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내가 조직을 떠나고 나면 소용이 없어진다. 비전을 주입하는 역할의 관리자가 필요하다면 그 조직은 organic하지도, visionary하지도 않은 것이다. 티움도 처음에는 그럴 수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조직원들에게 동기가 부여된 때는 바로 성과를 직접 확인했을 때라고 한다.


동아리원들이 outcome을 직접 확인한 것이다. 자기들의 노력으로 자영업자들의 경영 사정이 나아질 때, 와 이것이구나! 내가 한 일이구나! 직접 성과를 확인하고 그 경험이 축적되면서 founder가 눈에 불을 켜고 동기를 부여하려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고, 이제까지 축적된 성공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성공도 갈구하게 된다.


여기서 Jim Collins의 Good to Great에 나오는 한 부분을 인용해보겠다. 책에서는 "플라이휠"이라고 부르는 컨셉인데, 이 책의 핵심 주제일 만큼 중요하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이 개념에 필이 꽂혀 플라이휠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는 얘기를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라는 책에서도 봤었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사람들이 그 성과를 볼 수 있는 방식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지 말이 아니라 성공으로부터 믿음을 얻도록, 우리의 계획을 한 단계 한 단계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했지요...중략...당신이 목표를 힘주어 알릴 필요가 없다. 사람들 스스로가 현실의 잠재력을 성과로 전환시키기 위해 마음먹으므로 목표는 거의 확실해진다."


오늘 그 분이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해주신 얘기가 모두 짐콜린스 책에 나오는 얘기다. 대단한 통찰력인 것 같다. visionary한 게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도 잠깐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것은 Jim Collins의 다른 책인 Built to Last에 나오는 얘기다. 나와 나이가 비슷해보였는데,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한편으로는 스타트업의 경험도 갖고 계시기 때문에 vision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low-level에서의 성공 원리도 알고 계신 듯하다. 보통 비전만 추구하는 나 같은 스타일은 말만 계속 외쳐대면서 막상 오늘의 할 일에서는 detail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분은 high-level부터 low-level까지의 모든 중요성과 원리를 직접 경험하며 배우신 것 같아서 참 부럽고도 멋지다.


나도 십시일반의 성공을 통해 vision과 execution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도록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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