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by Dongeun Paeng
Oct 14, 2015 · 만 25세

오늘 QT의 주제는 "남을 정죄(定罪)할 자격이 없다."였다.

정죄란, 다른 사람에게 죄가 있다고 내가 단정짓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바람을 피울 때 '저런 더러운 새끼, 저런 죄를 짓고도 아무렇지 않다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정죄 행위다.


마태복음 7:1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이렇게 뜨끔한 말씀이 있을까.


나는 비판을 정말 좋아한다. 비판쟁이다. 오늘도 나는 다른 사람을 비판했다. 내 생각이 꽤 옳고, 내 윤리 기준이 평균보다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을 비판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부끄럽고 민망하고 재수 없는 행동인지. 저 구절을 읽자마자 부끄러움이 사무쳤다.


이제까지 나는, 나 따위가 뭐라고 남들을 비판한 걸까. 사실 나도 똑같은 죄인이고 더럽고 음탕하고 욕심 많고 사악하고 이기적인 인간에 불과한데. 정도의 차이, 관점의 차이, 상황의 차이만 있을 뿐 나도 똑같이 나약하고 쉽게 유혹에 빠지는 사람이다.


그런 주제에 남을 안팎으로 비판해온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정말 부끄럽다.


사실 나만큼 겉과 속이 다르고 죄도 많이 짓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나는 안다. 나 자신이 얼마나 많은 잘못을 하고 살며, 그것을 또 감추려고 안간힘을 쓰며, 합리화하려고 노력하는지. 그리고 '내가 왜 그랬을까,' 울면서 후회하고 회개하고 나서도 같은 유혹이 찾아오면 반복적, 습관적으로 넘어지는 사람인지.


남에게 날을 세우기 전에 나부터 돌아봐야겠다. 내가 제일 나쁜 놈이다. 나 스스로 깨끗해지기 전에 남을 비판하지 말자고 마음 먹으면, 평생 비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청소해도 흠없이 깨끗해질 수 없는 방처럼 내 마음이 그렇다.


나에겐 남을 정죄할 자격이 없다. 나는 무엇이 죄이고 죄가 아닌지도 모르는 철부지다.


디모데전서 1:15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


하고 많은 죄인들 중 내가 제일 악질이다.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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