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의 의미

by Dongeun Paeng
Oct 15, 2015 · 만 25세

화가, 소설가, 작곡가들은 자신의 인생에 걸쳐 역작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작품 하나하나가 자식 같이 느껴질 것이다.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자신의 일을 자식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자신을 예술가라고 여겼고 제품 하나하나가 자신이 만들어내는 역작이었다.

그래서 하나하나 완성도 있게 만들고 싶어했고, 예술혼이 담겨있었고, 완결성을 추구했다. 고객의 요구에 타협하지 않는 일도 많았다. 미술가가 자기 그림을 그릴 때 사람들이 고치란다고 고치는 법은 잘 없지 않은가.


거창한 예술가가 되지는 못하지만, 내게도 인생의 역작, 자식 같은 존재가 있다. 나의 첫 자식은 바로 전국 최초 대학생 기부 동아리 "십시일반"이다. 십시일반은 내가 직접 만든 조직이고, '빈곤 퇴치'라는 내 비전의 동일선 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집단이다. 십시일반을 만들었을 때 나는 인기나 명예를 얻고 싶지도, 이것으로 스펙을 쌓고 싶지도, 돈을 만져보고 싶지도 않았다. 십시일반을 만든 이유는 오직 그것이 옳은 일인데 아무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완전한 순수함 덕분에 십시일반은 내가 뿌듯해할 수 있는 몇 없는 일 중 하나다.


십시일반은 이제 만으로 4년이 다 되어간다. 내가 회장직을 물려주고 졸업한 이후에도 벌써 1년 반 이상 지속되고 있다.


예술가들이 자기 작품을 중간에 멈추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지 않듯이, 나도 십시일반이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전까지는 사업을 하거나 내 인생의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갈 수 없다.


자기가 사랑으로 낳은 자식, 자기가 열정을 바쳐 만든 조직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컨설턴트랍시고 다른 회사에 훈수를 두며, 창업주와 CEO의 애타는 마음을 이해하며, 그리고 어떻게 기업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 나의 비전이 녹아 있는 첫 번째 조직이 십시일반인데 이것을 키우지 못해놓고 내가 어떻게 visionary한 기업을 세운다고 자신(自信)할 수 있을까.


조직의 최우선 목표는 이윤 창출도 아니고 성장도 아니며 "영속하는 것"이라고 송재용 교수님의 경영전략 제일 첫 시간에 배웠다. 지금 1위 기업이어봤자 사라지면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이다. 반면 지금 2위 기업이라 해도 100년, 200년 살아 있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십시일반은 대한민국 최초의 대학생 모금 기부 동아리다. only if 지속될 수 있다면.

동아리가 없어지면 최초라는 타이틀도 무색해진다. 언젠가 똑같은 모델의 동아리가 나와서 자생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그들이 최초라고 해도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십시일반이 영속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자식을 낳았는데 스스로 걷고 뛰고 생각하기 전에 죽어버리는 것과 같다. 내가 없어도 스스로 커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내 인생의 큼직한 프로젝트 중 가장 첫째이자, 이후에 있을 모든 프로젝트의 초석이자 기준이 되어줄 프로젝트가 십시일반이다.


입사 전까지 나에게 주어진 길고도 짧은 시간 동안, 십시일반을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내가 죽을 전장은 십시일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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