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순응형 인간으로 25년을 살고 나니 자유라는 게 더 무섭게 느껴진다.
1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여행을 가려고 티켓을 사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자꾸 여행의 큰 목적과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앞을 준비하며 살기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앞날을 위한 준비로 꽉꽉 채워진 인생.
그 때문인지 여행 가서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는 그 시간을 상상만으로도 견딜 수가 없다.
나에게 하루가 주어진다면, 나는 다음날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그 오늘을 쓰는 것이 더 익숙하다. 내일이 오면 내일 모레를 준비하면서 다시 내일을 보내겠지. 나 말고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준비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준비한 것을 펼치며 누리는 데에는 시간을 별로 쓰지 못하는 것 같다.
여행이란 어떤 준비를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주어진 시간 자체를 즐기러 가는 것인데 걱정 많은 내 마음은 그게 못마땅한 듯하다.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가는 여행인데 그 자유가 괴롭게 느껴진다니...
야생에 풀어놓으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다시 우리로 기어들어가는 동물원 사자의 모습이 이와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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