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나그네처럼

by Dongeun Paeng
Nov 20, 2014 · 만 24세

신의 관점에서 보자면 인생은 정말 짧다.

인류가 등장한 시점부터 인류가 사라질 그 시점까지를 전체로 보았을 때,

그 중 내가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100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잠깐이다.


인류 전체의 역사에서 천재, 통치자, 부자, 성인(聖人)은 수도 없이 많았다.

알렉산더 대왕이나 징기스칸과 비교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작아 보이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라이프니츠, 뉴턴 등에 비하면 현대의 천재들이 다소 무색해지기도 한다.


아무튼, 내가 이 세상에서 사는 100년의 인생은 어찌 보면 정말 눈 깜짝할 사이라고 볼 수 있다.

죽은 후의 삶이 지금 내가 사는 삶보다 무한대로 더 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부귀하게 사나, 가난하게 사나 고작 100년짜리 인생이다.

짧다고 소중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겁 없이 살아도 된다는 것이다.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아도 100년만 버티면 더 긴 삶이 기다리고 있고,

호화롭고 부귀하게 살아도 길어야 100년일 뿐 그 이후에는 빈 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부유한 삶이 나쁜 삶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도 짧은 삶이나마 부유하게 살고 싶고, 그렇게 살 것이다.)


'공수래공수거'라는 말이 있듯, 인간은 빈 손으로 (어디로부턴가) 왔다가 빈 손으로 (어디론가) 돌아간다.

그 돌아갈 곳에서의 삶은 1,000년, 10,000년,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다.


내가 죽은 후 10,0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나는 이 땅에서의 삶을 제대로 기억이나 할까?

더 부유하게 살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기나 할까?

혹은 찢어지게 가난했던 삶을 10,000년 동안 두고두고 억울해하며 저주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 땅에서의 삶은 정말 짧지만, 죽음 이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다.

지금 내가 하는 선택들이 죽음 이후의 삶을 좌우한다. 100년 동안 축적되는 내 행동들이 그 이후의 10,000년을 결정한다.


따라서 이 짧은 인생을 어떻게든 부귀하게 살아보려고 욕심내고 발버둥치기보다는,

살아 있는 동안 영혼을 아름답게 가꾸어 놓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부유한 삶이 나쁜 삶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도 짧은 삶이나마 부유하게 살고 싶고, 그렇게 살 것이다. 다만 부유하게 살기 위해 악한 행동을 하는 것은 피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순수의 경지에 다다른 종교인들은 지혜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쉽게 말해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100년 안에는 모두 흙이 될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보다,

영원히 존재하는 신에게 사랑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들은 생각한 것이다.


나는 아직 그런 자세로 인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장기적으로 옳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드는 한 해인 것 같다ㅠ

왜 26살이나 되어서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더 어려서 했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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