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에 우리 회사에 큰 싸움이 있었다.
우리 팀장님과 젊은 팀원 간의 말다툼이었다.
요즈음 많은 어른들이 그렇듯이, 이 팀장님도 우리나라가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우직하게 회사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팀장 자리를 달게 된 무능한 어른 중 한 명이다.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연봉과 직급이 쭉쭉 오르고 내 집 마련이 가능했던 세대의 수혜자다.
인간적으로는 참 좋은 분이고, 내가 종종 아버지 같다는 표현을 하지만 그렇게 가까운 만큼 업무적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는 최대한 솔직하게 내비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나와도 자주 다투시곤 한다. 구글이 뭐길래 자꾸 구글에서 자료를 찾아오냐고 하면 나는 그것도 모르냐며 대든다. 하루가 멀다 하고 티격태격...ㅎㅎ
항상 적당히 싸우고 적당히 화해하면서 적당한 수준의 친밀감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번 일은 그 정도가 달랐다. 젊은 팀원 분이 팀장님께 심한 말로 대든 것이다.
물론 귀책 사유가 팀장님께 있고, 모든 잘못이 팀장님께 있는 것은 명명백백한 사실이었다. 문제는 그것을 납득시키는 방식이었다. 팀장님이 왜 잘못했고 팀원들은 피해만 입었는지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보는 앞에서 조목조목 따진 것이다.
팀장님도 평소와 달리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셨다.
퇴근 전 즈음 해서 팀장님이 나를 조용히 불러내셨다.
나에게 한참 한풀이를 하시며 하는 말씀이,
"동은아, 논리적으로 내가 틀릴지 몰라도, 나는 끝까지 인정 못한다. 왜냐면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야. 설령 내가 틀렸고, 그것을 내가 완전히 이해했다고 해도, 나는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 절대 인정할 수가 없다. 저 직원은 앞으로 우리 회사에서 크게 성장할 수가 없어. 나한테 찍혔기 때문에 내가 저 직원에 대해 다른 곳에 가서 좋게 얘기할 리가 없다.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잘 참고하도록 해라."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데일 카네기의 유명한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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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에서 이기는 가장 좋은, 유일한 방법은 바로 논쟁을 피하는 것이다. 방울뱀이나 지진을 피하듯이 논쟁을 피하라. 논쟁은 열이면 아홉이 결국 참가자가 자신의 의견에 대해 전보다 더 확신을 갖는 결과만을 초래한다. 사람은 논쟁에서 이길 수 없다. 논쟁에서 지면 당연히 지는 것이고, 만약 이긴다고 해도 그 역시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에 반해 설득당한 사람은 여전히 변함없는 생각을 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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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가 왜 위대한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깨달음이었고, 두 번째 깨달음은 팀장님처럼 되지 말자는 것이었다. 아무리 내가 기분이 나빠도, 내가 틀렸다면 순순히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부하 직원이 기분 나쁜 말로 나의 잘못을 지적했다고 해서 잘못을 반복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못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지적에 대해 감사한다면 부하 직원에게도 더 포용적인 리더로 기억될 수 있다.
잘 기억해두었다가,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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