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다.
말은 쉽지만
공감능력은 타고나야 하는 건지 뭔지,
내게는 너무 힘들다.
적어도 나는(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겪어보지 않으면 막상 상대방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심지어 내가 상대방의 입장을 경험해봤다고 해도,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지난 일을 떠올려가며 상대방을 이해하기에는 머리가 너무 나쁘든지, 공감능력이 그만큼 안 되는 것이다.
오늘 작은 사건이 있었다.
회사에서 아르바이트생 두 명을 고용했는데,
업무가 종료된 지 3주가 지나도록 급여를 못 주고 있었다.
해당 업무 직후에 다른 잡다한 일들이 바쁘게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내게 전화가 왔다.
알바생은 다짜고짜 노무사를 고용해서 소송을 걸 테니 내일까지 당장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지금이야 이해가 되지만, 전화를 받은 나도 화가 났다.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응수하고 실제로 노무사의 전화를 받아 회사에 진정을 넣기 전에 급여를 지급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힘든 프로젝트에도 함께 웃으며 으쌰으쌰 했던 사람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 서운하고 화가 나서, 도저히 분을 삭일 수가 없었다. 원래 화라는 것은 내 잘못인지 아닌지를 따지기 전에 나는 것이다. 화가 나기 전에 잘못을 따질 여유가 있다면 이 세상에 싸움 같은 건 없었을 것이다.
데일 카네기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사람은 원래 자기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흉악범조차도 자기 나름의 억울한 사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일을 마치고 명상을 하는데 문득 2년 전쯤 내가 다른 회사에서 알바생으로 있던 시절이 생각났다. 동선생이라는 화상과외 업체였는데, 그곳에서 강사로 일하던 나는 1~2개월치 월급을 못 받게 되었다. 회사가 망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노무사로부터 연락이 와서 월급을 받게 해줄 테니 이러이러한 정보를 달라고 했다. 물론 나는 그냥 똥 밟았다 생각하고 지나갔지만, 정말 많이 화가 나고 억울하기도 했다. 알바비를 못 받다니!
그보다 더 전에는 친척에게 돈을 빌려주고 연락이 안 된 경우가 있었다. 혈연인데도 정말 미웠다.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나도 나이가 더 들면서 그 돈을 잊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분하고 억울했다.
그제야 나는 우리 알바생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생생하게 겪었던 일인데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니, 나는 아직 철이 덜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곧장 알바생에게 연락해서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번 일을 통해서 내가 배운 것은 두 가지다.
(1) 나는 역지사지를 잘 못하는 편이다. 이 점에 각별히 주의하자.
(2) 받아야 할 돈을 한 달 동안 못 받으면 가족이고 뭐고 없다. 나중에 회사를 차리게 되면 직원들 월급날은 칼 같이 지키자.
새로이 깨달음을 준 알바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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