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비전이라는 것은 개인의 삶에서 정말 소중하면서도 위험한 것 같다. 누군가 인생은 Trade-Off의 연속이라고 했듯, 큰 꿈일수록 평범함이 주는 안정과 평안을 희생해야 한다.
10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 나의 비전은 기아 퇴치(Ending Starvation) - 세계 모든 가정이 하루 세 끼를 먹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20대 후반으로 넘어오면서, 요즈음은 다른 사람이 내 비전을 대신 선수쳐버려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은근히 자주 든다. 나는 그냥 박수나 쳐주고 싶다. 내가 염원하던 일이 이뤄졌다고.
비전을 위해 내 삶을 희생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반강제로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길어야 100년인 수명을 활용해 위업을 달성하려면 시간, 가정, 건강, 취미 등 수많은 영역에서 남다른 희생을 치러야 한다. 대학을 다니면서는 그런 생각을 안 해보았고 피부로 와닿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작은 포기 하나하나가 너무 크다.
9-6를 제외한 시간 동안 비전을 위해 어떻게든 내 안의 자가혁신을 노린다고 하면, 내가 좋아하는 격투기/음악/서핑/인터넷/친구 등을 위한 시간을 포기해야 된다.
이처럼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데다가 일상적인 삶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차근차근 승진하고 돈 모으로 집 사고 차 사고 애 키우고 하다보면 행복할지언정 비전을 향해 발을 내딛을 시간과 에너지가 없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행복하게 살다가도 죽을 때 허무할까봐 그게 무섭다.
너무 무섭다.
그래서 지난 삶을 되돌아볼 시간도 없이 벼락을 맞아 죽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도 했었다.
또 나는 물가가 낮은 지방이나 해외 지역에서 slow life를 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것도 또 다른 포기 항목이다.
이렇듯 비전이라는 것 하나가 내 삶의 수많은 즐거움을 앗아간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고등학교 때 세운 비전이 10년이 지나서 내 머릿속을 이렇게 복잡하게 헤집고 다닐 줄이야.
비전이 있는 삶은 중요하다. 비전이 없으면 푯대 없이 표류하는 뗏목 같은 삶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목표라는 것은 양날의 검이어서 희생이 따른다는 것도 꼭 기억해야 될 것 같다. 나는 그런 생각 없이 비전을 세워놓고 이제 포기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버린 것 같다 OTL...
국가의 수호라는 사명감이 지나쳐서(?) 처자식을 죽인 계백,
경제 발전을 위해 일부 약자의 고통을 선택한 지도자,
본인과 가족의 생명을 내놓은 독립투사들.
비전을 위한 희생이라는 것은 어리석기도 하고 숭고하기도 해서 잘잘못을 따지기가 어렵다.
그만큼 오랫동안 고민하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될 것 같다.
남은 2014년 그리고 향후 5~10년 나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 나도 모르겠다.
어쩌면 비전 같은 것은 제쳐두고 지금 있는 곳에서 열심히 쳇바퀴나 돌리면서 제자리걸음의 달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 안 되는 월급도 차곡차곡 모으고 아마추어 격투기 대회도 계속 나가고 휴가철마다 서핑하러 다니고ㅋㅋ
아니면 시도때도 없는 스펙터클한 도전과 변화의 연속으로 기사에 이름이 실리고 도전적인 청년을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있을 수도 있겠다.
어떤 모습의 삶을 살고 있든 그게 내 선택에 의한 것이고 그 결과로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
고민이 끝이 없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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