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래가 있었다. 브라질 남동해안 출신의 혈기왕성한 이 고래는 태어나자마자 도심의 커다란 동물원,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수족관으로 옮겨졌다.
비좁은 수족관 속에서 헤엄치면서, 고래는 늘 무언가 허전했다. 누가 가르쳐준 적이 없었지만, 고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은 더 멀리 가야 한다고. 고래는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는 더 큰 세계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고래는 두려웠다. 미지의 세계로 홀로 내던져지는 것이 무서웠다. 수족관은 커다란 몸집으로 돌아다니기엔 너무 답답했지만, 굶어죽을 염려도 없고 물의 온도도 항상 알맞았다. 낯선 물고기가 갑자기 나타나 놀래키는 일도 없었다.
고래는 매일 갈등했다. 어떻게 해야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조련사가 고래에게 말했다. "고래야 너는 춤을 참 잘 추는구나! 너의 그 몸짓이라면 관객이 하루에 두 배는 더 오겠어!"
고래는 기분이 좋아졌다. 비좁은 수족관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삶의 목적을 발견한 것 같았다. 그 후로 고래는 매일 춤을 추었다. 관객이 늘고, 동물원은 점점 더 장사가 잘 됐다. 조련사의 월급도 올랐다.
어느 순간부터 고래는 바다를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조련사가 요구한 춤동작을 완벽히 해내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고래는 칭찬에 조련되어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 바다에서 자유로이 헤엄치는 것이 본분인 고래를, 사람들 앞에서 춤추게도 할 수 있는 것이 칭찬이다.
나도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내 마음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상사의 칭찬을 한 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내 꿈, 내 시간, 내 삶, 내 행복을 잠시 미룬다.
그렇게 나도 춤추는 고래마냥 본적과 본분도 잊고 칭찬에 젖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고래와 달리, 나는 한 순간도 잊지 않는다. 저 멀리 어딘가에 바다가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곳에서 정확히 무얼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가야 한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수족관이 아닌 그 드넓은 바다라는 것을 내 온몸의 세포가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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