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트 로커(The Hurt Locker)는 전장에서 활약하는 미군 폭발물 처리반(EOD)의 이런저런 얘기를 다루는 영화다.
Hurt Locker란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한 상태를 일컫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더 이상의 영화 소개는 다른 곳에서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을 테니 생략하기로 하고, 나는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대사 한 구절만 소개하고자 한다.
주인공이 전쟁터에서 돌아와 일상적인 나날을 보내던 중 어느 날, 장난감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는 자신의 갓난아기 아들에게 하는 말이다.
Jobs를 보고 쓴 글에서도 대사 하나에 대해서 길게 얘기하고 끝났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그렇다ㅎㅎ
아무튼, 대사는 아래와 같다.
You love playing with that. You love playing with all your stuffed animals. You love your Mommy, your Daddy. You love your pajamas. You love everything, don't ya? Yea. But you know what, buddy? As you get older... some of the things you love might not seem so special anymore. Like your Jack-in-a-Box. Maybe you'll realize it's just a piece of tin and a stuffed animal. And the older you get, the fewer things you really love. And by the time you get to my age, maybe it's only one or two things. With me, I think it's one.
해석과 요약을 동시에 하자면 이렇다.
아기에게는 주위의 모든 게 재밌다. 움직이는 모빌도, 장난감도, 부모님, 심지어 자신이 입고 있는 파자마도 흥미롭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것들 중 많은 부분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된다.
장난감이든 뭐든 시시해지는 것이다.
나이가 더 들면, 이제 자신에게 재미있는 것은 한두 개밖에 남지 않게 된다. 주인공의 경우에는 그것이 전쟁터였고, 그래서 결국 전장으로 복귀한다.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나는 호기심이 정말 많았고, 별 게 다 재미있었다.
총소리가 나는 화약총이 갖고 싶어서 안달을 냈고, 소독차 뒤를 따라 열심히 뛰어다녔다. 자동차 장난감 한두 개 있으면 몇 시간이고 그걸 가지고 놀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는 더 이상 그런 것들이 재미있지 않다.
아주 어릴 때로 돌아갈 필요도 없다.
3~4년 전만 해도 나는 미팅이 재미있었다. 술게임을 하면서 취해가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시들해졌다. 무의미하고 싱겁게 느껴진다.
어릴 때 내 삶이 100개의 색으로 칠해진 그림이었다면, 지금은 갈색빛의 빛바랜 사진이다.
사람과 사물에 대한 열정, 사랑, 흥미를 잃지 않아야 젊음을 유지하며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허트 로커'는 색이 많이 빠진 내 삶을 돌아보게 해주었고, 주변의 작은 것들을 아이의 눈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다.
참 고마운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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