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 시즌이 어느덧 거의 끝나간다.
내 생각은 취직 준비를 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나에게 갑질하는 회사는 나도 가기 싫다.'
'나에게 거짓말을 요구하고, 꾸며진 존경과 충성을 요구하는 회사는 가기 싫다.'
5년 후 이 글을 다시 보게 되면 내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 때의 난 정말 철 없고 건방졌구나...'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위와 같다.
한 주 전 내가 올린 글에서 같은 주제에 대한 의견을 나타낸 바 있다.
그 글에서 나는 '결국 나도 거짓말을 하고 어딘가 입사할 것이다.'라고 썼다.
어느 회사 면접에서 탈락하고 쓴 글이다.
면접관이 나중에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고,
나는 늦어도 40대 후반 즈음에는 사업을 크게 하고 싶다고 했다.
회사는 나를 뽑지 않는 게 더 유익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나는 그 회사가 밉지도 않고, 알아서 잘 판단한 결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거짓말하지 않은 걸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면접에서 사업 얘기를 하면 어떡하냐고 했다.
나는 답답했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조언이니만큼 다음 번에는 나도 거짓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가 11월 22일, 다음 면접(11/28)까지 6일 앞둔 상태였다.
어느덧 자정이 넘은 28일, 이제 자고 일어나면 면접이다.
00시 30분, 미국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했던 모임에서 매일 보내는 QT가 왔다.
아래는 그 본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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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7
커넥션교회.큐티나눔
큐티본문: 잠 14:1-11
묵상본문:"악한 자의 집은 망하겠고 정직한 자의 장막은 흥하리라"(14절)
하나님은 정직한 자를 기뻐하신다. 정직은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고 바르고 곧은 것이다. 오래 가는 행복은 정직한 것에서 발견하고, 어려운 일을 만날 때 정직성을 가지면 의외로 쉽게 해결된다.
출세를 위해 때로는 위선과 허세와 교활함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결국 정직이 가장 확실한 자본이며 부유함이다. 정직함이 최고의 처세술이다.
누구나 어릴 때 한 두번은 거짓말을 하여 부모님께 혼난 경험이 있지 않는가? 꼬인 일을 훨씬 더 간단하게 만드는 것은 정직함에 있다
"나의 하나님이여 주께서 마음을 감찰하시고 정직을 기뻐하시는 줄은 내가 아나이다"(역대상29:17)
커넥션교회/김성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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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내게는 sign이었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정직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너무 깊이 박혀버렸다.
'그래, 정직하자. 하나님이 정직을 기뻐하시는구나.'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나는 자기 전에 항상 기도를 하고 '바이블25'라는 앱을 통해 그 날의 말씀을 읽는다.
28일에는 자기 전에 여느 때와 같이 기도를 하면서, "정말 하나님 제가 정직해야 하겠습니까? 만약에 사업할 거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해야 합니까? 저에게 말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하고 앱을 켰는데, 그 날의 말씀은 시편119편이었다. 시편 중 제일 길다...
아래는 그 중 중요한 부분만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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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무엇으로 그의 행실을 깨끗하게 하리이까 주의 말씀만 지킬 따름이니이다
내가 주의 교훈들을 지켰사오니 비방과 멸시를 내게서 떠나게 하소서
거짓 행위를 내게서 떠나게 하시고 주의 법을 내게 은혜로이 베푸소서
내가 주의 증거들에 매달렸사오니 여호와여 내가 수치를 당하지 말게 하소서
그러므로 내가 범사에 모든 주의 법도들을 바르게 여기고 모든 거짓 행위를 미워하나이다
나는 거짓을 미워하며 싫어하고 주의 율법을 사랑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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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역시 믿거나 말거나, 이것까지 읽었을 때는 나는 확신이 설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분명하게 성경에 쓰여 있었다. 거짓말은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솔직해야 하는 것이었다. 내가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 개의치 않는 회사가 있다면 그 곳을 가야 하는 것이고, 만약 모든 회사가 내 꿈과 계획에 반대한다면 아무 데도 못 가는 게 정상이다.
거짓말을 해서 회사에 들어가는 게 비정상이지, 정직해서 모든 면접에 다 떨어지는 것은 비정상처럼 보이지만 사실 지극히 정상이지 않은가?
이번에 입사하려고 거짓말을 해서 원하는 곳에 들어가버리면, 나중에 임원 면접 때도 원하는 임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겠는가?
나이 먹고 추한 짓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마음으로 28일 면접에 갔고, 나는 그저 내가 가진 생각을 그대로 얘기했다. 다행히 사업을 할 거냐는 질문은 나오지 않았고, 나는 떳떳하게 모든 면접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중에 아들이 취직을 준비하면서 아빠에게 질문할 수도 있다.
"아빠, ~~~같은 질문 나오면 나는 어떻게 해야 돼? 나 거짓말해야 돼?"
그 때 "아빠는 정직했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기도 취직할 때 거짓말을 했으면서 아들한테는 솔직하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빠도 거짓으로 회사 들어갔으니까 너도 그렇게 해~ 인생이 그런 거야~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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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Whitehead 블로그(http://whiteheadclub.wordpress.com)에 쓴 글을 퍼온 것.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