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면접을 여러 번 치렀다. 다음 주와 그 다음 주에 또 있다.
면접 때마다 대놓고 입에 발린 말을 하는 게 쉽지가 않다.
아직도 "이 회사에 들어와서 나중에 뭐 할 건가?"라는 질문이 들어오면,
"퇴사할 계획은 없다. 뼈를 묻겠다." 같은 거짓말을 하기가 힘들다.
자기만의 꿈이 있는 사람 치고 평생직장을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늦어도 40 중반에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던 한 면접에서는 면접 잘 해놓고 끝에 와서 결격사유를 말하면 어떡하냐, 라며 난처한 표정으로 면접관이 탈락을 확정짓기도 했다.
함께 들어간 다른 지원자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거짓말이 입에 붙지 않아 경직된 표정으로 외워둔 대사를 읊고, 경험이 풍부한 몇몇은 뻔뻔하고 두꺼운 낯짝으로 충성을 맹세한다. 다른 곳에도 지원했지만 당연히 이곳이 최우선이다, 술은 9병 정도 마시고도 다음날 출근이 가능하다, 중학생 시절부터 이 회사만을 생각해왔다 등등.
어떤 지원자가 '좋은 지원자'일까?
아무래도 듣기 좋게 말하고, 급조한 존경과 충성을 보여주는 게 '겸손한' 건가?
한편 너무 솔직해버리는 건 '거만한' 태도인가?
일자리 좀 구해보자고 거짓말을 하는 게 싫었는데, 그런 태도가 바로 '서울대생 특유의 거만함'이다, 라고 해석되어버리는 게 씁쓸하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몇 안 되는 남은 면접에서는 나도 이제,
"무조건 이 회사의 좌심방 우심실 같은 직원이 되겠슴다!!"
라고 화끈하게 뻥을 치고 어딘가 합격하긴 할 것이다.
앞으로 취업을 준비하게 될 친구들, 후배들은 을이 되는 연습을 미리미리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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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Whitehead 블로그(http://whiteheadclub.wordpress.com)에 쓴 글을 퍼온 것.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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