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그 두 종류는 각각 목적과 이유입니다.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동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목적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가령 삶의 목적이 없더라도, 살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면 생을 긍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아 철학에 따르면 인간은 동물과 달리 '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존재로서 타인에게 지켜야 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이 의무는 바로 어떤 일을 할 때 '공동체의 유익'을 염두에 두는 것입니다.
나의 즐거움, 나의 행복만을 생각하면서도 충분히 생을 긍정할 수 있지만,
모두가 그런 태도로 산다면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하고 말 것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속한 공동체, 즉 사회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세워지지 않더라도 기업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성장만을 좇거나, 이익만을 좇거나, 생존만을 좇는 기업들도 높은 성과를 냅니다.
목적의 유무는 기업의 성과와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따라서 기업에게 있어 목적은 가치를 인정 받기 위한, 성과를 내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목적은 그 자체로서 존재해야 하는 것이며, 목적을 가진 기업은 '사회를 이롭게 하겠다'라는 가치를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선언한 것입니다.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은, 사회에 해로운 일을 하지 않는 것과는 무척 다른 일입니다.
이유만으로 움직이는 대다수의 기업들은, 해로운 일을 하지 않는 선에서 '목적 없는 상태'를 누립니다.
성장, 이윤 창출, 즐거움, 경쟁 등을 즐기는 타고난 기업가들은 목적이 없어도 기업 운영을 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그러나 기업가에게 목적이 없으면 의도하지 않은 채 사회를 해롭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주 고민하지 않으면,
우리 일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알아차릴 수가 없습니다.
"난 정말 몰랐다"라고 얘기하기에는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이 너무 큽니다.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 기업의 리더는 많이 알아야 합니다. 알지 못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기업은 재미 있으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은 그 기업이 속한 사회와 인류에 도움을 주기 위해 혁신가들이 모인 집단입니다.
기후 재앙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이 후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르고,
주주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모르는 사람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피해를 줍니다.
기업은 공동체를 위한 목적이 있어야 하고,
순전히 즐겁고 재미 있어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욕구를 해소해주는 서비스에 언제든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 소비가 자기 자신에게 혹은 인류에게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고 소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매출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에 가치를 주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믿어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정말 소비자에게, 그리고 소비자를 넘어 사회와 지구에 좋은 일을 하고 있는지 계속 돌아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