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아래 실전 경험을 읽기 전에, 좀더 분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Paul Graham의 How To Raise Money를 일독하기를 강력 추천한다.
그리고 위 글을 읽었다면 아래 글은 안 읽어도 된다.
1.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는 회사가 10%, 외부 요인이 90%이다.
좋은 환경에서 적당한 회사가 투자 받을 확률이, 적당한 환경에서 좋은 회사가 투자 받을 확률보다 높다.
외부 요인은 펀드 현황, 의사결정자의 바쁨 정도, 담당 심사역의 바쁨 정도, 담당 심사역의 voice power, 만나게 된 배경, 시장 분위기 등을 의미한다. 따라서 외부 요인을 먼저 파악하고, 감정과 시간의 소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앞으로 나올 원칙들도 1번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2. 적게 집중적으로 만나는 것보다, 많이 얕게 만나는 게 성과가 더 좋다.
1번에서 얘기했듯, 투자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미팅에서 우리 회사를 얼마나 잘 소개하느냐'가 아니라 다양한 외부 요인이다. 즉 미팅 전에 이미 투자 여부가 절반 이상 결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캐주얼 미팅이 수월하게 끝났고, 담당 심사역이 우리 회사를 아무리 좋아하더라도, 그것은 결코 투자 성사 가능성의 예후가 되지 못한다.
담당 심사역의 의지가 투자 성사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경우, 예를 들어 어느 하우스의 임원급 또는 주포를 직접 만난 경우를 제외하면 심사역의 반응은 투자와 상관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그 미팅은 회사에 관한 것이 아니라, 투자사의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캐주얼 미팅에서는 소개하는 시간보다 질문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3. 투자 가능성이 확인되기 전 단계의 투자사에는 시간과 노력을 최소한으로 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투자 결정을 하기 전에 많은 commitment를 요구하는 기관들이 있다. 이것은 잘잘못이라기보다는 스타일의 문제이다. 간혹 호기심 자체가 왕성한 담당 심사역들이 있다.
더욱이 투자사 입장에서는 투자를 할 생각이 없더라도 최대한 많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시장 이해도를 높이는 측면에서 유리하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투자 가능성'을 측정하는 데에 가장 많은 리소스를 써야지, 자료를 제공하는 데 가장 많은 리소스를 써서는 안 된다.
1번에서 얘기했듯 자료의 성실한 제공과 투자 성사 여부의 상관 관계는 극히 낮다.
4. IR 당일 Q&A를 오래 하면 안 된다.
IR 하면서 Q&A를 같이 하지 말고, 내부에서 투자 consensus가 생겼을 때 Q&A를 진행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IR이 10개이면, 그 중 9개 투자사는 우리의 주주가 되지 않을 곳들이다. 따라서 IR에서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항상 스타트업에게 불리하다. 사업적으로도 그렇고, 시간 측면에서도 그렇다.
한편 Q&A를 성실하게 임했을 때 발표자(대표)가 똑똑하다는 인상을 줄 수는 있으나, 역시 그것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최대 요인이 아니다.
끝으로 Q&A를 현장에서 하지 않고 서면이나 follow up 미팅으로 한다고 해서 '될 투자가 안 되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된다.
즉 Type I Error(투자하려다가 Q&A 안 해서 투자 안 하는 경우)를 감수하고 Type II Error(투자 안 하려다가 Q&A 해서 투자하는 경우)를 줄이는 게 좋다.
5. 처음에 만나는 사람이 의사결정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캐주얼 미팅에서 만난 담당 심사역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의사결정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해야 한다.
담당 심사역의 영향력을 물어보는 방법은 많고, 기분 나쁘지 않게 물어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펀드가 몇 개인지, 우리 회사는 어떤 펀드에서 투자하려고 하는지, 그 펀드는 한 달에 몇 개 회사에 얼마 정도를 투자하는지, 최근 투자는 몇 건인지, 한 달에 심사를 몇 건 정도 하는지 물어보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한편 나이가 30~35세 사이인 심사역을 만났을 때는, 하우스마다 의사결정 권한이 천차만별이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보수적인 투자사에서 30~35세의 심사역은 힘이 없다. 반면 좋은 하우스에서는 30~35세 정도이면 주포 또는 영향력 있는 심사역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내가 만난 담당 심사역이 자기 주도로 투자한 사례가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사전 조사도 철저히 해보아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6. 같은 자료라도 짧은 버전과 긴 버전의 발표를 둘 다 준비해놓고, 관심이 적어보일 경우 짧게 끝내야 한다.
IR은 통상 질문이 많은 곳을 만나면 90~120분 소요되고, 관심이 전혀 없는 곳을 만나면 60분도 걸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관심이 없는데 질문만 많은 곳이다. 이런 곳의 특징은 호기심 많은 사람이 한 명 있고 그 주위에 관심 없는 임원들이 앉아 있다는 것이다.
발표를 하면서 청중의 분위기를 살피고, 관심이 적어보이는 경우에는 발표를 30분 안에 끝내라.
회사에 관심이 있다면 발표가 빠르게 끝난 후 중요한 질문들을 던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빨리 끝나서 좋아할 것이다.
내 경우 귀납적으로 볼 때 발표 시간과 투자 성사 여부 간의 상관관계는 전혀 없다. 한편 현재의 투자사들에게 했던 IR을 되돌아보면 60분이 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7. 안 될 이유를 얘기하는 통화나 피드백은 더 듣지 말고 대화를 끝내야 한다.
투자하지 않을 이유는 수백 가지이다. 좋은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공매도는 항상 있는 법이다.
따라서 그런 피드백을 받는 데에 시간과 감정을 조금이라도 쓰는 것은 NPV가 0보다 낮은 활동이다.
또한 그들의 피드백이 다른 투자사로부터 투자 받을 확률을 높여주는 것도 아니다.
8. 사전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투자사에 대한 조사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늘 정보는 부족하다.
정보 우위를 점한 스타트업과 그렇지 않은 스타트업은 시간 소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9. 드랍 여부를 알려달라고 재촉해야 한다.
(특히) 주니어 심사역들은 드랍 결정을 통보하는 것을 감정적으로 어려워한다. 그래서 많은 경우 연락 두절 또는 연락 지연이라는 방식을 취한다.
이 경우를 막기 위해서, 스타트업은 드랍 여부를 확인하는 deadline을 명확히 정한 후 투자사와 소통해야 한다. 가령 "다음 주 수요일 정오까지는 드랍 여부를 꼭 알려주셔야 하고, 그 전에 리마인더 드릴게요"라는 식으로 말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deadline을 정해두었을 때 그것을 어기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즉 그들에게 드랍 여부 통보가 늦었던 것은 실제로 그들이 답할 수 없는 여건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말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10. 리드 투자사를 확보해놓고 시리즈를 시작해야 한다.
밸류에이션을 제외하고, 리드 투자사로부터 Term Sheet 초안을 받아놓고 시리즈를 시작하는 것이 제일 좋다.
많은 기관들이 리드 투자사의 유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스스로 리드 투자사가 되려는 용기가 부족한 것은 담당 심사역의 부족함이라기보단 하우스의 구조적인 특징이다.
그런 하우스는 피하는 게 좋지만, 그렇게 피하면 국내 VC의 90%는 제외해야 할 것이다.
동일한 이유에서, 11번 원칙으로 뺄 필요가 없는 또다른 규칙은 '이름 있는 투자사를 확보해놓는 것'이다.
스타트업 주식을 판매하는 장은 소비자의 Herd Behavior가 가장 심한 시장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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