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종잇장 맨아랫줄 문장 끝자락 단어가 너비에 들지 않는다.
매끈하게 썰린 두부 첫 조각처럼 문장은 남는 글자를 밀어 빠트리려고 한다.
하지만 그 단어는 박동하는 잉크를 고집스럽게 종이에 박아넣으며
문장 아래 달랑 붙어 고집스럽게 시위한다.
여백은 당황하며 눈 피하고
조용히 식사를 마친 사람처럼 서둘러 우산을 편다.
납작한 뒷모습을 보며 단어는 따갑게 술에 젖은 인사 한다.
처음부터 언젠가 줄어들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었냐고.
우린 같은 처지라고.
NEXT POST
PREVIOUS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