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비

by Dongeun Paeng
Jun 22, 2023 · 만 33세

좁은 종잇장 맨아랫줄 문장 끝자락 단어가 너비에 들지 않는다.


매끈하게 썰린 두부 첫 조각처럼 문장은 남는 글자를 밀어 빠트리려고 한다.


하지만 그 단어는 박동하는 잉크를 고집스럽게 종이에 박아넣으며


문장 아래 달랑 붙어 고집스럽게 시위한다.


여백은 당황하며 눈 피하고


조용히 식사를 마친 사람처럼 서둘러 우산을 편다.


납작한 뒷모습을 보며 단어는 따갑게 술에 젖은 인사 한다.


처음부터 언젠가 줄어들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었냐고.


우린 같은 처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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