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난 후 프랑스 남부에 정착할 생각도 했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되는 것을 고민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했다는 증거를 찾기 전까진 반만 믿어야겠지만.
어쨌든 그가 다양한 진로와 활동을 고민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만약 프랑스 남부에 정착했다면 우리는 스티브 잡스를 지금과 같이 기억할까?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됐다면?
한편 두 시나리오 모두 약간 쌩뚱맞아보인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미래에 관한 시나리오들 모두가 개연적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스티브 잡스의 인생 중 몇 퍼센트를 이해하고 있을까? 그가 속으로만 했던 고민은 얼마나 많을까?
타인의 삶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불가능하다. 어림짐작만 할 뿐이다. 가족이나 친구, 동료조차 나를 50~80% 밖에 이해하지 못한다.
하물며 잡스의 인생을 책이나 기사로 읽는 사람들이 그의 삶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또 나의 인생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어디까지 이해될 수 있을까? 나는 가까운 사람들을 얼마나 이해할까?
새삼 인간은 철저히 외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나만 아는 나의 모습이 무한하다. 그 공간은 누구에게도 열리지 않을 것이다. 죽는 날까지도.
아무튼 돌아와서...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니만큼, 수많은 전기를 읽으며 어렴풋한 패턴이나 '패턴 없음' 자체를 발견하는 게 차선책일지 모른다.
어쩌면 다른 사람의 전기에서 잡스와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생각을 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발견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중요한 정보이고.
내가 존경하는 찰리 멍거는 전기를 무척 많이 읽는다고 알려져 있다. 워렌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서 "찰리 멍거보다 전기를 많이 읽은 사람을 이 행사장에서 셋 이상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와 비슷한 말을 했다. 행사장에 보통 수만 명 정도 모인다고 하니, 멍거는 대단한 다독가인 셈이다.
나도 찰리 멍거처럼 많은 사람들의 자서전과 전기를 많이, 아주 많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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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부터 1980년까지 금 가격은 연평균 20.7%, 버크셔 해서웨이 자본 총계는 연평균 20.4% 상승했다.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