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된 것을 본다고 해서 정제법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초콜렛의 맛을 잘 설명한다고 해서, 그 초콜렛을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것처럼.

어떤 아름다움을 똑같이 흉내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가장 보잘것없는 원재료 상태를 봐야 하고, 가장 지루한 배합 과정을 봐야 한다. 즉 잘 정제된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꼈고, 그것을 모사하고 싶다면 그 전의 상태를 세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처럼', '아마존처럼' 무엇무엇을 하자고 제안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벤치마킹하는 대상은 이미 수천조 원이 된 거대 기업의 현재 모습이다.

이미 다 정제된 것, 이미 다 성장한 것들로부터 배우면 안 된다. 초창기 회사는 애플의 초창기, 아마존의 초창기를 깊이 살펴봐야 한다.

물론 이 때 생존 편향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당시 애플보다 훌륭한 회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회사의 초창기 모습은 인터넷 상에서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지금 생존한 상태가 아닌 회사들은, 이름과 함께 그들의 초창기 훌륭한 역사까지도 함께 지워졌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정제된 것으로부터 지나치게 많이 배우고 있다.

잘 정리된 지식, 아름답고 멋져 보이는 스토리에 감명하는 것도 좋지만, 진실을 알고 싶다면 과정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