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부쩍 다음 질문을 하고 싶어진다.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예요?"
존경하는 사람을 흔히 '롤모델'이라고 표현한다. 롤모델에 관해 찰리 멍거는 이런 말을 했다.
"Well, if I know a person’s role model, I can pretty well tell the kind of a person he is and what kind of a future he has."
즉 롤모델이 누구인지가 한 사람의 미래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미래는 성취에 국한된 표현이 아닐 것이다. 건강, 가정, 지식 등 인간의 다양한 측면을 포괄적으로 의미한 것일 테다.
한편 워렌 버핏은 이런 말을 했다.
"And I tell the students in classes, I tell them, you know, 'Just pick out the person you admire the most in the class and sit down and write the reasons out why you admire them. And then try and figure out why you can’t have those same qualities.'"
좋은 practice다. 누구나 한 번쯤 해볼 만하다. 지금 잠깐 해볼까?
Pick out the person(s) you admire the most: 나는 부모님을 제외하면, 이 두 사람을 가장 존경한다.
Write the reasons out why you admire them: 겸손하고, 도덕적이고, 자기 영역에서 크게 성공했고, 일관되고, 지혜롭고, 통념에 반하기 때문이다.
Try and figure out why you can't have those same qualities: 이 질문은 당장 답하기는 어렵다. 겸손, 도덕, 성공, 일관성, 지혜가 한참 모자라다. 왜일까? 성과 압박과 경쟁이 거센 국내 환경 때문일까? 나란 사람이 원래 욕심쟁이여서일까?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는 셋째 질문에서 좀 더 확장해볼 수 있다.
"워렌 버핏을 존경하는 사람들이 과연 나도 존경할까?"
이 질문은 "나는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이 걸어간 길을 최대한 그대로 걷고 있는가"와 동치이다.
예를 들어 나는 그들과 다른 방식으로 어떤 영역에서 성공했다고 해보자. 예를 들어 기민한 판단력으로 코인 파생 옵션 거래에서 큰 돈을 벌었다고 하자. 나 또한 누군가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다. 퀀트 지망생이라든지, 아니면 단순히 돈을 좇는 사람들이라든지, 기타 등등. 반면 버크셔 팬들은 나를 멀리할 가능성이 높다.
“존경받는 인물이 되겠다”에서 그치면 안 되고, ‘누구의 존경을 받고 싶은지’도 명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워렌 버핏이나 찰리 멍거가 혐오하는 암호화폐 따위에 투자해 돈을 아주 많이 벌어서, 풍요로운 삶을 살면서 많은 주변인들을 돕는다고 해보자. 나는 만족할 수 있을까? 지금 잠깐 생각했을 때에는 의외로 꽤 만족스럽다. 하지만 깊이 고민해본다면 어떤 답이 나올지 모르겠다.
반대로, '버핏처럼 멍거처럼 지혜롭고 겸손한 태도로 삶을 일관되게 살겠다'는 생각으로 성실하게 살았으나, 그들처럼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끝내 적당한 중산층 가정을 이루었다고 해보자. 나는 만족할 수 있을까?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 이 또한 깊이 고민해본다면 어떤 답이 나올지 모르겠다.
글을 쓰면서, 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간 사색이 부족했구나. 이 주제에 대해서 틈틈이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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