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년 간 아래 그림처럼 주당 100원에서 1,000원으로 열 배 상승한 주식이 있다고 해보자.
귀찮더라도 다음 계산을 천천히 따라가보자.
내가 평균 단가 500원에 이 주식을 10만 주 샀다고 가정해보자. 5천만 원을 투자한 것이다.
그러면 지금 가격이 두 배니까, 수익률이 100%이고 수익은 5천만 원이다.
자, 이 주식을 현재 가격, 즉 주당 1천 원에 더 살 수 있을까? 차트를 보면 가격이 최근 무섭게 올랐기 때문에, 700~800원 정도까지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사고 싶어진다.
그럼 다음 차트를 한 번 보자.
똑같이 생긴 것 같지만 다른 차트다. 맨 위 차트는 Y0 ~ Y30 사이 기록이고, 이 차트는 Y30 ~ Y60 간 기록이다.
연간 성장률이 8%로 똑같다 보니, 그래프가 똑같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y축도 바뀌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과거 30년 간 성장이 매우 '기하급수적'이었다고 할지라도, 이후 얼마든지 가파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문장이 다소 자명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깔끔한 지수 함수 그래프를 본 덕이 크다.
볼린저 밴드 가득한 주식 화면을 켜는 순간 편향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금세 발견할 것이다.
착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x축을 Y0 ~ Y60으로 늘려보자.
이 그래프에서는 앞쪽 30년이 많이 편평해진 것을 볼 수 있다. 분명 첫 번째 차트에서는 가파른 성장처럼 보였는데, 이렇게 보니 초반의 미미한 성장처럼 보일 뿐이다. 즉 뒤쪽 30년 간 너무 많은 성장을 해버려서, 앞쪽 30년 성과의 비중이 한없이 작아졌다.
과거의 성장이 너무나 가팔라서 미래에도 같은 수준의 성장을 할 것이라고는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운 것, 그런데 그 일이 벌어지는 것. 이게 복리의 마법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100년 간 1천 배 성장해서 300조 원이 된 회사가 있다. 이 회사가 9천조 원(!)이 될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상상하기 어렵다고 해서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실은, 이 회사가 바로 그런 실증 사례다.
애초에 이 회사는 100년 전 3천억 원에 불과했다. 당시 사람들은 이 회사가 무려 300조 원이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회사는 100년 간 연간 7.1%대 성장률을 유지해 1천 배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 50년 간 이 성장률을 유지하면 30배 성장한다.
즉 9,000조 원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차트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다음 질문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어느 성장률로, 어디까지 성장할 것인가?"
과거의 가파른 성장은 위 질문에 답하는 데 참고 자료 정도가 될 수 있을 뿐, 투자자가 지레 겁을 먹게 하는 착시가 돼선 안 된다.
앞으로 꾸준한 성장률로 한없이 성장할 회사를 찾았다면, 오늘 가격이 얼마든 자신 있게 살 수 있다. 이런 회사는 가격이 떨어질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가격이 떨어지면 쾌재를 부르며 낮은 가격에 더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회사를 찾기는 정말 어렵다. 내가 100% 확신할 수 있는 미래를 가진 위대한 회사여야만 한다. 예를 들어 나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워렌 버핏 사후 Greg Abel, Ajit Jain, Todd Combs, Ted Weschler 관리 하에서 10년, 길게는 20년까지도 8~10%씩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보통 사람으로서, 살면서 이렇게 확신할 수 있는 회사는 5개 이상 발견하기 힘들 것이다.
이제 끝으로,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아래는 코스트코 주가다.
월 단위, 주 단위, 연 단위 차트 모두 상승하고 있다. 이 주식을 현재 가격에 살 수 있을까? 왠지 너무 높게 느껴진다면 편향에 빠진 것이다.
가격이 높다고 판단할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반면 지금 코스트코 시총이 430조 원 수준인데, 이 회사가 훗날 1천조 원이 충분히 될 거라는 믿음이 있다면 조금 비싸게 사도 무방하다.
자, 이제 그래프가 만들어내는 착시를 없애기 위해 숫자만으로 판단해보자.
코스트코 지난 1년 연평균 성장률: 44.6%
코스트코 지난 3년 연평균 성장률: 26.9%
코스트코 지난 5년 연평균 성장률: 27.3%
코스트코 지난 10년 연평균 성장률: 20.2%
그 다음 우리가 찾은 그 질문을 던져보자.
"이 회사, 앞으로 7년 간 연평균 17% 성장할 수 있을까?"
만약 답이 yes라면, 코스트코는 2030년까지 3배 성장해 약 1,300조 원 규모 회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연평균 성장률이 12.5%만 되어도 2.3배 성장해 1,000조 원이 될 것이다.
글을 마치면서, 바로 위 문장에서 "만약 답이 yes라면"은 꽤 큰 전제다. 위 질문에 yes or no를 답하려면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한다. '향후 7년 간 과거 수준의 성장을 할 것이 분명하다'고 답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기 때문에, 평생 동안 열 개만 찾아도 많이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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