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어려웠다! 문제가 어렵진 않았다. 다만 시험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했다.
원래 계획은 주어진 4시간 30분을 다 쓰지 않고, 3시간 45분 동안 문제를 모두 풀어놓는 것이었다.
그러고 남는 시간에는 특히 어려운 문제 한두 개만 다시 풀 계획이었다.
그런데 odd/even extension 함수 그래프를 그린 후 푸리에 급수 구하는 문제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렸다.
여기서 계획보다 10분 정도 더 쓴 것 같다.
그러다가 부피 적분 문제가 나왔는데, 사실상 계산 실수를 하지 않는 게 관건인 문제였다. 적분을 실수 없이 네다섯 번 연속으로 해야 했다.
이 때 큰 실수를 하나 저지르고 말았다. 원통좌표계에서 부피 적분을 할 때는 반경 를 피적분함수에 곱해야 했는데 까먹었다.
까먹은 채로 문제를 다 풀고 나서 마지막에 정답이 워낙 지저분하게 나오길래 잠깐 의아했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실수를 곧장 깨달았다.
일단 시간이 없으므로 별표 쳐두고 다음 문제로 넘어갔는데, 이걸 다시 풀 생각에 슬그머니 긴장이 생겼다.
얼마 후 '막대 진자' 문제가 나왔는데, 막대에도 질량이 주어져 있었고 bob(우리말로 뭐지?)에도 질량이 주어져 있었다.
진자(pendulum)는 막대(rod)와 bob으로 이뤄져 있다.
아무튼 통상 진자 문제에서 막대 질량은 무시 가능하다고 주어지므로 막대 질량이 주어졌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문제가 영어로 꽤 긴데 시간이 없다 보니 문제를 안 읽은 게 화근이었다.
위 문제를 자세히 읽어보면 막대 질량이 m으로 주어져 있다ㅎㅎ
아무튼 이 지문에 네다섯 개 문제가 묶여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관성 모멘트를 계산하라"는 것이었다.
Calculate the moment of inertia of the pendulum about O.
근데 이 배점이 4점으로 꽤 높아서 이상했다. Pendulum bob의 관성 모멘트는 라고 쓰면 끝이었기 때문이다.
계산이랄 것도 없는데 배점이 4점이나 된다니... 쎄한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문제를 자세히 읽어보니 막대에도 질량이 있었다. 여기서 멘탈이 크게 무너질 뻔했다.
미리 준비한 초콜렛 몇 개를 먹으면서 정신을 차렸다.
결국 pendulum 전체 관성 모멘트를 어찌저찌 잘 계산했다.
막대 관성 모멘트는 이라는 표준 공식이 있는데, 이 값에 막대 질량 중심에서 원점까지의 거리 제곱에 질량을 곱한 값을 더해주면 된다.
여기에 bob의 관성 모멘트를 더하면 진자의 관성 모멘트가 나온다.
바로 다음에 이 진자의 회전 운동 방정식이 임을 보이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 때 계산이 깔끔하게 떨어져서 긴장이 풀렸다.
이 문제까지 끝낸 후, 원통좌표계 문제로 돌아가서 다시 잘 풀었다.
그러고 나니까 20분이 남아서, 여유 부족으로 과감하게 생략했던 수식들을 좀 더 자세히 전개했다.
예를 들어 선적분 문제에서 라고 풀고 지나갔는데, trigonometric identities를 써서 식을 조금 더 자세히 전개해줬다.
그 외에 끝으로 기억 나는 문제로는 이런 게 있었다. 핵심만 요약하면 이렇다.
초기 속도 다. 가속도 다. 이 때 속도와 변위 사이의 관계식을 작성하라.
처음 보는 유형이라 조금 당황했다. 방법을 알면 암산으로도 풀 수 있는 문제지만.
아무튼 돌아보니, 어려운 문제가 많았다기보다는 시간 부족으로 정신 없는 상황에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아 긴장감을 느낀 짜릿한 시험이었다.
이런 재미를 언제 또 느꼈던가... 제일 비슷한 기억은 고등학생 때이다. 물론 그 때는 하루에 10시간 이상 공부해도 집중력이 낮아지지 않았다.
지금은 하루에 2시간도 연속으로 앉아 있기가 힘들다. 성인 ADHD니 뭐니 하는데, 나는 그런 경우는 아니고 단지 뇌가 게을러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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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0월까지 방학이다. 밀린 책들 실~컷 읽어야겠다. 밀린 운동도.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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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절 이해가 어려워서 정리를 좀 해보자. 아래 내용은 번역서가 아닌 원서 기준으로 쓰여서 일부 용어가 번역서와 다를 수 있다.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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