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기본 앱 제외하고, 잘 만든 앱, 제품 또는 서비스로 무엇이 있을까?
이 생각을 했을 때, 우습게도 안 좋은 제품들이 먼저 떠올랐다.
우선 디어를 처음 시작할 때쯤, 그러니까 2019년쯤 트렐로가 엉망진창이었다. 그리고 그 때 슬랙도 엉망이었는데, 슬랙은 지금도 엉망이다.
슬랙은 내가 써본 제품 내지는 서비스들 중에서 품질이 제일 안 좋은 편에 속한다. 꼭 제품을 잘 만들어야만 회사도 잘 되는 건 아닌가 보다.
뭐, 음지에서 돈을 많이 버는 웹사이트들을 보면,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이 저질 제품을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음을 알 수 있다.
다빈치로 사업 내용을 바꾸면서 슬랙을 버리고, 소통 수단을 지메일로 일원화했는데 만족도가 무척 높다. 소통도 훨씬 원활하다.
한편 트렐로는 다빈치에서 고객 티켓 관리 목적으로 얼마 전 5년 만에 다시 써봤는데 아주 많이 나아져 있었다. 그래도 안 쓴다.
이제 좋은 제품을 얘기해보자. 좋은 제품이 뭘까? 지불 의향이 충분하고 & 낮은 품질로 인한 불만이 없고 & 일상에서 자주 쓰게 되는 제품이다.
세 번째 기준은 적용 안 해도 되긴 하는데, 자주 안 쓰지만 좋은 제품이라면 글쎄, 좋은 제품을 열거할 때 그 안에 낄 자리가 있을까?
그래서 내 기준 좋은 제품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Raycast: 편하다. 잘 만들었다. Snippet, Window resizing, File search 등... 쓸 만한 기능이 많다. 쓸데없는 기능도 많긴 하다.
ChatGPT: 압도적이다. 기술력이 곧 제품력인 사례. 이런 사례는 드물다.
CleanShot X: 진짜 잘 만들었다. 다양한 화면 캡처 상황을 고려했다는 게 엿보인다.
Netflix: 이건 기술력과 콘텐츠 발굴/조달/생산능력이 곧 제품력인 사례. 이런 사례도 드물다.
Figma: 진짜 편하다. 피그마로 디자인을 생산하는 사람만 고려한 게 아니라, 그 디자인을 피그마 상에서 보는 '일반인' 고려한 게 신의 한 수.
윌라 오디오북: 제품도, 서비스도 참 잘 만들었다. 책을 좀 더 많이 확보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Google Docs: 아주 잘 만들었다. 엑셀과 달리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를 완전히 대체 가능하고, 심지어 일부 기능은 워드보다 낫다.
당장은 이 정도 밖에 생각 안 난다. 아, Goodnotes도 꽤 괜찮다. 근데 아직 갈 길 멀다. 지불 의향 충분하고 자주 쓰지만 낮은 품질로 인한 불만이 가끔 생긴다. Zoom도 아쉽고... 위에 썼지만 Google Sheets도 꽤 괜찮은데 엑셀 따라가는 건 불가능하다. 브라우저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단축키 가짓수에 한계가 있는데, 단축키 없으면 엑셀 편의성의 반의 반도 따라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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