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eun Paeng

말 많은 노인네가 되지 말자

나이가 들수록 쓸모가 늘어나는 사람, 줄어드는 사람

나이가 들수록

나이가 들수록 말수를 줄이는 게 좋다고들 한다. "내가 너무 말이 길었죠" 하면서 겸연쩍어 하는 어른들이 있다. 냉정히 말해, 부끄럽다면 노력해서라도 말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줄여야 하는 것은 모든 종류의 말이 아니라, 쓰잘데기 없는 말이다. 재밌거나 유익한 말은 줄이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늘려도 좋다.

듣는 사람의 기분이나 삶을 개선하는 말을 줄일 이유가 없다. 워렌 버핏은 식사 자리에서 수다스럽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뱉는 모든 말은 도움이 되거나, 재밌거나, 아니면 둘 다 해당한다고 한다.

사고무친(四顧無親): 사방에 기댈 데 없다

워렌 버핏처럼 늙고 싶다. 사람들이 먼저 찾아와 귀 기울일 가치가 있는 사람. 장항준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아무리 부자여도 늙으면 지팡이 짚고 외롭게 나이 들어간다. 다 똑같다.

무서운 얘기다. 내가 늙었을 때 젊은 사람들이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지 않는다면? 억지로 옆에 앉혀두거나, 홀로 지내거나(四顧無親) 중 하나가 된다.

나는 "말 많은 노인네"라는 험구를 피하고 싶다. 그러려면 새로운 정보, 날카로운 경험, 유머 감각 같은 것들이 시간과 더불어 깊어져야 한다.

하지만 나의 정보는 AI도 알고 있고, 나의 경험은 전기(biography)의 그것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워렌 버핏의 정보와 경험은 책이나 인터넷에 없다. 그가 하는 말이 책이 되고 인터넷의 기사거리가 되므로. 하지만 나는 평범하다.

나만의 가치 만들기

살길은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진다.

  1. 스스로는 안 찾아보게 되는 Niche 정보 쌓기
  2. AI가 모르는 정보 쌓기
  3. 유머 갖추기

Niche 정보 쌓기

내가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들면 AI와 대화하는 것보다 나랑 대화하는 게 더 편할 수 있다. AI의 대화 실력이 너무 출중해서 이 가설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실시간 대화가 AI 챗봇보다 뛰어난 점은 저지연성(low latency)와 유연성(flexibility)이다. 이 점을 AI가 극복한다면... 노인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외로워질 것이다.

AI가 모르는 정보 쌓기

현장에서 쌓은 나만의 경험은 AI도 모른다. 예를 들어 어느어느 회사와 일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왜 힘들었는지 하는 것들은 AI가 절대 알 수 없다.

그런 작은 일화들은 대부분 버려져도 그만이지만, 그 중 정말 가치 있는 것들을 잘 쌓아두면 AI가 아니라 나를 찾아올 분명한 이유가 생긴다.

시쳇말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내 쓸모가 되는 것이다.

유머러스해지기(?)

이건 어렵다. 반영구적인 변화를 필요로 한다. 어떤 사람들은 위트가 넘친다. 대화를 하다 보면 웃음이 터진다. 진지하면서도 쾌활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개그맨들이 그렇고, 내 지인 중에서도 한두 사람이 떠오른다.

나는 아직 이 분야의 프로는 아니다. 그렇다고 노력을 할 의지가 생기진 않는다. 그냥 지금 수준에서 나와 결이 잘 맞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간간이 웃음을 줄 수 있으면 된다.

필살기

사실 말을 줄이면 된다.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되면 된다. 말 대신 질문을 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나이가 들면 점점 나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다. 내가 웬만해선 늙은 사람들을 찾아다니지 않듯이 말이다.

교훈을 얻으려면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 아니라 책을 펴는 게 낫다. 위로는 AI가 더 잘한다. 학술적인 지식은 말할 것도 없다.

보너스

성공하면 늙어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그 방문은 존경과 '경제적 유인'이 섞인 성격의 것이다. 하지만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이건 보너스다.

내가 찾는 사람들은 누구였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그 분들은 현장의 지식이 가득하고, 굉장히 똑똑한 분들이다. 그리고 성공했다.

내가 AI나 책이 아니라 그들을 찾아간 이유의 6할은 그들의 지위다. 그들의 힘, 그들의 인맥, 그들의 돈이 나로 하여금 그들을 찾아가게 하였다. 나머지 4할은 그들의 경험과 똑똑함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별볼일 없는 자리에 있어도 내가 찾아갔을까? 일부는 그렇고 일부는 그렇지 않다.

정리하자면

정리하자면 이렇다.

  1. 말을 줄이고 잘 듣는 노인이 되자.
  2. AI보다 잘 전달할 수 있는 고유 지식과 정보를 쌓자.
  3. 유머를 갖추자.
  4. (보너스로) 성공은 분명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