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설은 잘 안 읽는다. 비소설만 줄창 읽는다. 그런데 이제 비소설들 사이에 소설을 의식적으로 끼워넣기 시작했다.
최근 읽은 4권의 책은 모두 비소설이다. 다섯 번째 비소설을 읽기 전에, 지금 읽고 있는 책은 "No Man's Land"라는 베스트셀러 소설책이다. 소설책을 고른 이유는 첫째, 나는 소설책을 워낙 안 읽어서 가끔 건빵 틈의 별사탕처럼 억지로라도 끼워넣어줘야 한다는 것. 작년에 읽은 책이 총 17권인데 그 중에 소설은 단 한 권뿐이었다. 둘째, 영어로 non-fiction만 계속 읽다 보면 지루해질 수 있으니, 중간에 말랑말랑한 내용을 한 번 넣어줘야 한다는 것. 이런 발상은 지금 감방에 있는 이재용 삼성 회장의 독서법에서 착안했다.
책은 구치소가 허용하는 한도인 30권을 꽉 채워놓고 있다. 하루에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새 책이 한 권씩 반입된다. 하루는 가벼운 책, 그다음 날은 무거운 책을 읽는 패턴이다. 영어로 된 경제·경영서적을 읽은 뒤에는 일본 소설을 읽는 식이다. 얼마 전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출간한 《결국 다시 경제민주화다》도 그의 책꽂이에 꽂혔다.
셋째, 소설을 읽어야 영어의 다양한 표현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것. 비소설은 딱딱하고 학술적인 용어가 많이 등장하는 반면, 소설은 감정적이고 시적인 표현이 더 많이 등장한다. 우리 소설과 달리 영어 소설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 중 하나는 어떤 장면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읽고 있으면 머릿속에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주인공 얼굴까지도 상상이 된다. 그래서 생김새, 날씨, 기분 등을 묘사하는 어휘가 더 많이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소설에는 등장인물 간의 대화가 자주 나오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broken English도 심심찮게 보인다.
소설을 읽으니까 확실히 마음도 편하고 책장도 술술 잘 넘어가는 것 같다. 얼른 읽고 다음 책을 시작해야지. 다음 책은 오랜만에 읽는 한글 책.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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