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다낭 휴가 4. 현금 경제에 대한 잡생각

by Dongeun Paeng
Apr 29, 2017 · 만 27세

1.
베트남은 아직까지 현금 사용률이 카드 사용률보다 높은 나라이다.
기사를 찾아보니 베트남 내 모든 거래의 90%가 현금 결제라고 한다.

"More than 90% of payment transactions in Vietnam are cash payments and customers prefer COD than Online payment."

우리나라랑 비교하자면, 2016년 지급 수단 사용 비중이 카드 66%, 현금 26%, 기타 8%라고 한다. (기사)

아무튼, 안타깝게도 내가 어제 탄 택시는 베트남에서 카드 사용이 되는 10%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어제 시내에 나갔다가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현금이 없는 상태에서 카드가 안 된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분명히 타기 전에 card ok? 라고 여러 번이나 물어봤는데, 그 때는 yes yes yes yes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길래 당연히 카드가 되는 줄 알았다. 다음부터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천천히 분명하게 말해야겠다.

아무튼 카드가 안 된다고 해서, 숙소 근처에 ATM이 어디 있는지 아냐고 물어보니 그보다 더 간편한 방법이 있다고 했다. 바로 내가 묵고 있는 호텔 리셉션에서 택시비를 빌리는 것.

기사와 호텔 주인이 베트남어로 잠시 대화하더니 금세 해결이 되었다. 이 호텔 주인 아주머니는 나한테 돈도 꿔주고, 환전도 해주고, 현금이 가득한 일수 가방도 들고 다니신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베트남에서는 현금 흐름이 풍부한 호텔과 금은방, 마트 같은 곳이 짝퉁 은행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는 것이다. 환전을 할 때도, 환전소, 은행보다 호텔, 금은방, 마트가 더 좋은 환율을 제공하기 때문에 나도 호텔과 금은방에서 대부분의 돈을 환전했다.


2.
얼마 전에 인도의 모디 총리가 현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제일 비싼 지폐 두 개를 폐지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현금 위조, 탈세 등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것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유지하는 현금 부자들은 금고에 있는 고액권 지폐를 바꾸기 위해 은행으로 들고 가야 한다. 그런 식으로 각 사람들의 자산 규모를 집계하겠다는 전략이다.

모디 총리는 이 계획을 다소 과격하게 시행했다고 하는데, 호주에서 인도인 택시 기사에게 들은 얘기로는 관료 회의에서 "이 아이디어를 당장 회의가 끝나자마자 시작할 것."이라고 밀어붙였다고 한다.

위의 기사는 그런 과격함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논조를 띠고 있다. 이 리더십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앞으로 인도 경제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2억 인구를 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면 이 정도 결단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 생각에는 바로 이런 결단력이 지금 인도에게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모디 총리 이전까지, 인도 경제는 비슷한 인구의 중국과 종종 비교되곤 했다. 중국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없어서 경제 성장률이 중국에 비해 낮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모디노믹스가 시작되고 나서 인도 경제 성장률이 중국을 앞질렀다. (기사1) (기사2)

모디 총리의 화끈한 리더십은 비판도 많이 받지만 동시에 지지도 받는 것이 분명하다. 위에 잠깐 말한 인도인 택시 기사는 모디가 정말 똑똑한 데다가 일을 확실하게 밀어붙인다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3.
그런데 현금 비중이 높은 것이 경제에 해로운 것이 사실일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 같다.

베트남 부총리 Vu Duc Dam에 의하면 전자 결제를 90%까지 끌어올린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전자 결제가 GDP 성장에 1% 기여했다고 한다. (대부분 국가의 GDP 성장률이 2~6%인 것을 감안하면 1%는 큰 숫자다.)

"Dam also highlighted payment behaviours in other countries, where up to 90 per cent of payments are electronic, which has helped increase their Gross Domestic Product (GDP) by about 1 per cent. World Bank figures show that Vietnam's GDP reached an all time high of US$186.20b in 2014."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가 경제 발전과 더불어 cashless economy로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아무래도 전자 화폐가 현금을 대체하게 되면 집계도 편하고 세금도 더 정확하게 걷히는 등 경제가 전반적으로 투명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모디 총리가 현금 사용을 억제하려는 이유도 부정부패 척결이 가장 주요하다. 그런데 발전한 경제 국가 중에서도 아직 현금 사용이 더 지배적인 국가들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일본, 독일이 그렇다.

일본은 현금 사용률이 인도에 비해 훨씬 높지만 부패의 정도가 훨씬 낮다. 러시아는 인도보다 현금 사용률이 낮은데도 부패 정도가 훨씬 높다.

위의 표에서 독일은 현금 사용률이 별로 높지 않은 것처럼 나와 있지만 아래 통계(원출처: Federal Reserve report)를 보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금 사용률이 훨씬 높다.

독일의 현금 사용률이 확실히 높다.

아무튼, 독일이나 일본을 보면 현금 사용률이 높다고 해서 그 국가의 경제가 후진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그러면 모디 총리의 시각과 독일, 일본과 같은 예외적인 현실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그건 나중에 생각해봐야겠다.

잡생각이 너무 길었다.

NEXT POST

Bryan A. Garner - HBR Guide to Better Business Writing

May 02, 2017 · 만 27세

정말 유익한 책. Grammar, style, vocabulary 등 여러 측면을 골고루 다루어 written English가 약한 사람에겐 도 더 보기

PREVIOUS POST

베트남 다낭 휴가 3. SOHO restaurant

Apr 26, 2017 · 만 27세

서론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