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SOHO restaurant 앞에 사장님 차로 보이는 레인지로버가 세워져 있었다. 흥미로웠다. 밥값이 1,000원밖에 안 하는 이 동네에서, 어떻게 사람들 지갑을 열어 레인지로버를 샀을까?
본론
이 집 사장님은 애초에 다낭 사람들 지갑을 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애초부터 이 집은 돈 많은 이방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다낭에는 여러 개의 세상이 병존한다. 다낭에는 다낭 사람들의 세계가 존재하고 관광객들의 세계가 존재한다. 다낭 사람들의 시간은 하루에 5,000원으로 흘러가고 관광객들의 시간은 하루에 100,000원으로 흘러간다.
SOHO 사장님은 한 끼에 1,000원 하는 이 동네에서 살 떨리는 가격인 15,000짜리 식당을 만들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비싼 가격인 만큼, 정말 최선을 다해 고급 식당을 만들었다. 맛있는 음식, 친절한 직원, 멋진 외관과 인테리어.
그렇게 좋은 품질을 달성하고 보니, SOHO는 베트남 사람에게야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비싼 식당이겠지만 관광객들에게는 가성비 좋은 식당이 되었다. (구글 스코어 4.6/5.0가 말해주는 것처럼)
이 집 사장님은 자기가 속한 다낭 사람의 세계가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세계의 시각을 가져서 성공했다. (라고 해보자.)
이런 성공 방정식은 다른 곳에서도 통할 수 있다.
SOHO에서 다낭 평균 밥값의 열 배가 넘는 가격을 받은 것처럼, 우리나라에도 무시무시한 가격의 상품들이 존재한다.
구글에 검색해보면 아래 같은 기사(링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올해 밸런타인데이 행사에 나온 제품 중 '라메종뒤쇼콜라'의 햇(HAT) 박스패키지는 (중략) 30만~50만원대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는 올해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붉은색 시곗줄에 시계의 앞면에는 다이아몬드 420개를 세팅한 특별 한정 상품을 출시했다. (중략) 가격은 6천50만원이다.
저런 걸 도대체 누가 살까, 싶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사기 때문에 업체들이 저런 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기껏해야 한두 명이 사는 정도라면 저런 상품이 나오지 않는다.
다른 말로 하면, 저 쪽 세상에서는 저게 '보통 수준'이라는 것이다. 마치 보통 사람인 내가 다낭의 고급 식당에서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는 것처럼.
결론
예전에도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지만 항상 자기가 속한 세상보다 한 차원 높은 세상을 향해 over-shooting 해야 하는 것 같다. 왜냐면 찔러보기 전에는 그 세상이 어떤 맛인지 모르기 때문이고, 그 맛이 생각보다 희귀(?)하지 않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재작년에 세계 여행을 할 때, 저가 항공만 10번 정도 탔다. 비행기에 타서 내 자리를 찾아가면서, 비즈니스석을 지나갈 때마다 그 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정체가 뭘까?' 나에게는 다른 세상 사람들 같았다.
나보고 어디 가서 비즈니스 티켓을 팔아보라고 하면, 도대체 누구한테 가야 그 돈지랄을 팔 수 있을지 몰랐다.
그런데 올해 호주 출장길에 비즈니스를 탔다. 한국에 돌아갈 때도 탈 것이고, 이 곳 다낭에서 호주로 돌아갈 때도 비즈니스를 탄다.
타보니까 알겠다. 비즈니스를 타는 세상의 논리가 무엇인지. 이 돈지랄을 누가, 왜 하는 것인지. (내 경우에는 내 돈이 아니라 회사 돈이라서 가능했다.)
이제는 나보고 비즈니스 티켓을 팔라고 하면,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알 것 같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비즈니스석을 타는 세상이 있다.
SOHO 사장님은 알고 있었다. 한 끼에 15,000원씩 그 큰 돈을 펑펑 써대면서 밥을 먹는 사람들이 알고 보면 세상에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NEXT POST
1. 베트남은 아직까지 현금 사용률이 카드 사용률보다 높은 나라이다. 기사를 찾아보니 베트남 내 모든 거래의 90%가 현금 결제라고 한다. " 더 보기
PREVIOUS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