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랜돌프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팻 도시 <경제적 해자>
두 책 모두 재밌게 읽었습니다.
1.
첫 번째는 창업자 마크 랜돌프가 넷플릭스의 초창기 모습을 정말 생생하게 회고하는 책인데요,
'역시 넷플릭스... 성공할 수밖에 없는 훌륭한 길을 걸어왔구나'
와는 정반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마크와 리드 헤이스팅스(공동창업자, 현 CEO)가 당시 매출 7조 원의 공룡 블록버스터에 넷플릭스를 600억 가치로 매각하려다가 실패한 얘기도 나옵니다.
애초에 성공 신화를 깨고자 하는 의도가 다소 묻어있는 책입니다. 지금의 넷플릭스를 만든 요소들 중에는 천재적인 발상이나 꾸준한 노력 외에, 두서 없이 툭툭 등장하는 우연의 지분도 상당하다는 것 같습니다.
2.
두 번째 책 제목인 경제적 해자는 워렌 버핏이 처음 사용한 개념인데, 일반적인 경쟁 우위와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엄격하게 구분짓는 개념입니다.
지속적이지 않고 잠깐 반짝거리는 우위에 속지 말라는 것이지요.
"역사는 처음 몇 년 동안 성공을 거두었다가 추락해버린 인기 있는 소매점이나 레스토랑 콘셉트로 가득 차 있다."
"자본수익률이 우수한 기업도 그와 같은 수익이 미래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구체적인 이유가 없다면 해자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
"경제적 해자에서 경영진은 생각보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런 내용들이 주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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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20년 전 모습을 보여주는 책과, 기업의 가치는 오래 두고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을 차례로 읽고 나니 좀 더 길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책에 나온 기업들 간의 1~2년 기술 격차가 그 기업의 성패를 결정짓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디어 제품 입고가 딱 일주일 미뤄지는 것은 왜 이리 크게 느껴질까요...)
아무튼 마이크로소프트가 MS DOS 팔던 시절, 넷플릭스가 CD를 봉투에 넣어 배달하던 시절, 삼성이 정미소 운영하던 시절이 지금 디어 나이였을 때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운영체제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봉투 포장을 더 빠르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쌀을 도정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도 당연히 훌륭한데 '계속 이것만 죽어라 하는 게 맞나...?'라는 고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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