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라는 것은 입과 귀가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하는 것 같다.
같은 내용이라도 듣는 사람은 사실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듣고, 마음을 읽는 것이다.
"나 그 여자애 싫어졌어. 내가 먼저 안 만나기로 한 거야. 못 만나는 게 아니라."라고 해도, 그 사람의 아쉬움, 미련, 슬픔, 아픔이 그대로 들린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숨길 수 없다.
"나 차였어. 그 사람이 나 버렸어."라고 해도,
그러길 늘 바랐던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아쉬움이 담겨 있지 않다. 차였다는 문장에서 슬픔보다는 후련함이 들린다. 마음이 들리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보자면, 제스처와 표정이 말의 내용보다 월등히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고 한다.
제스처, 표정은 결국 마음을 나타내는 지표다. 표정을 감추는 것은 정말 어렵다.
여유, 두려움, 슬픔, 적의는 모두 표정에 드러난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과학적으로 접근하든 아니든, 결국 대화는 마음과 마음이 하는 것이므로 마음에 없는 말을 아무렇게나 허공에 내던지면 안 된다. 그런 말은 버려진다. 그리고 그만큼 내가 하는 말은 가벼워진다. 상대방은 내 마음을 다 듣고 있다.
그래서 대화를 할 때는 마음에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그런게 솔직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사실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다음에 나오는 부분인 것 같다.
마음이 준비되기 전에는 입을 열지 않는 게 좋다.
그래서 성숙해갈수록 말수가 적어지고 듣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상대를 사랑하고 용서할 마음이 준비되기 전에는 입을 열지 말아야 한다.
입을 열면 내 분노를 상대가 듣는다.
상대를 진심으로 동정하고 위로하는 마음이 없을 때는 입을 열지 말아야 한다.
마음에도 없는 위로가 오히려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다.
즉, 대화를 하기 전에 먼저 자기 마음을 준비하고, 그 다음에 입을 열어야 하는 것이다.
이게 쉬울까? 정말 어렵다. 그래서 말수가 적어지는 것이다.
런닝맨에서 유재석이 웃기려고 한 말이 생각난다.
게임을 하는데 옆에서 지석진이 못한다고 핀잔을 주자, 다 끝나고 나서
"나 진짜 속으로 석진이형 욕했다. 아 이 형 진짜!"라며 웃었다. 당연히 웃기려고 한 말이고, 멤버들끼리 워낙 친해서 미움 같은 것은 없다.
어쨌든 유재석은 자기가 진짜 지석진을 욕하고 싶을 때 그 말을 한 게 아니라, 그 마음이 사라지고 평온해졌을 때 그 얘기를 함으로써 웃긴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내용은 똑같다. 그런데 마음이 다르다. 그래서 다르게 들린다.
내용보다 마음이 중요하고, 마음이 준비되길 기다렸다가 말하는 것이 이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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