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동안 읽었다. 하루 한 시간씩 읽었는데 꽤 오래 걸린 것 같기도 하고, 되돌아보면 훅 지나간 듯하기도 하다.
한 문장도 대충 흘려보내지 않고 곱씹느라, 그리고 문장이 그리는 바다의 모습을 상상하느라 한 장 한 장 오래 걸리긴 했다.
감동적인 소설이다. 온 세상이 적이고 나만 홀로 서 있는 듯한, 이순신의 절절한 외로움이 잘 표현되어 있는 책이다.
진짜 힘들고, 하루하루가 세상과의 전투인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나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 않지만, 책 속의 이순신의 마음이 감히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재밌는 호기심도 몇 가지 있었다.
1. 적장 고니시는 십자가 문양을 달고 다니는 야소교(예수교) 신자였는데, 그는 참된 그리스도인인가?
2. 이순신은 "소설"에서는 죽는 순간까지 여진(잠자리를 같이 한 여인)과 면(아들)을 생각했는데, 아내를 사랑으로 그리워하는 기록은 없다. 난중일기에도 아내가 아닌 다른 여인들이 자고 간 내용이 기록돼 있다고 한다. 이순신은 존경 받을 만한 장군이었지만 좋은 남편은 아니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 당시에는 이런 행동이 비판 받을 만한 일이 아니었던 것일까?
--> 김훈의 소설 속 여진 부분은 난중일기의 다양한 해석 중 신빙성이 떨어지는 해석을 기반으로 한 듯하다. (설명)
3. 이순신은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갑판 위에서 무엇을 향해 빌었는지 알 수 없으나 빌었다. 무릎을 꿇고 빌었다. 얼마 전에 친한 동생도 "뭔가가 있다는 것은 느낌으로 알겠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라는 얘기를 했는데, 신의 실재에 대한 감각은 인간의 본성에 심겨져 있는 것인가? 무신론은 신의 실재를 느끼는 본능에 저항하는 인간의 몸부림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어느 정도 맞는 말인가?
답을 한 번에 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살면서 알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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