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부로 접어들면서 이순신은 왜군을 맞을 전장을 보러 다닌다.
그 때 그는 죽을 자리를 찾아다닌다고 했다.
이전에는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는데, 전투를 앞두고 죽을 자리를 찾아다니는 이순신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느낌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죽기 좋은 곳을 찾아 그곳에서 전투를 준비한다는 것은
죽어도 후회가 없을 만한 최적의 접전지를 신중히 살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개죽음이 될 곳에서는 아예 싸우지 않는다. 죽음을 각오할 만한 멋진 곳에서 싸운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순신의 이런 태도는 오늘날 매일매일이 전쟁터인 현대인에게도 교훈을 준다.
사회생활이든 가정생활이든, 인간 관계든 사업이든, 삶 전반에서 전장을 잘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인생에는 다양한 전투가 있다. 삶의 각처에서, 그리고 내 마음 속에서 치열하게 벌어진다.
타인과의 자존심 싸움,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싸움,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싸움,
나 자신과의 싸움.
나는 어떤 전투에 나의 목숨을 걸 것인가.
목숨 걸고 할 만한 멋진 싸움이 무엇일까.
다른 사람을 이기고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가정에서 권위자로 군림하고, 아내와의 자잘한 다툼을 이기기 위해?
직장 동료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싸움터를 잘못 고르면 이기든 지든 추한 모습만 남을 것이다.
싸우다 죽어도 여한이 없는 전장에서 싸워야 '필사즉생'의 각오가 생긴다.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것들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음욕, 교만함, 분노, 시기, 우울함과의 전투가 제일 중요하고, 내가 죽어야 할 전장이라면 바로 이런 것들과의 싸움터가 될 것이다.
내가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하는 대상은 나 자신이다.
승패를 차치하고라도 죽을 자리를 고르는 순간부터 이미 이순신은 명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