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로서 나의 요즘 하루 일과는 이렇다.
10시 기상
옷 입고 모자 쓰기
머리맡에 놓인 책과 하이라이터, 검정색 볼펜을 들고 집 앞 까페로 직행
그 날의 메뉴 주문
12시~1시까지 독서
오후에는 원서 한 시간 읽고 주로 사람을 만난다.
이렇다 보니 최근 책을 읽는 속도가 무척 빨라졌다.
지난 한 달간 읽은 책을 돌아보자면,
잡스(월터 아이작슨) -->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브래드 스톤) --> 온워드(하워드 슐츠) -->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짐 콜린스)
순서로 읽었고,
Liking what you see(Ted Chiang) --> The upside of irrationality(Dan Ariely) --> 자본론(칼 마르크스; 청소년 철학창고 버전) --> David and Goliath(Malcolm Gladwell)
를 무작위로, 곁다리로 읽었다. 아래 목록은 Liking what you see를 제외하고는 모두 조금 조금씩 읽은 상태다.
mainstream 목록은 위대한 기업이나 경영자에 대한 책들인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십시일반을 만들고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긴 했지만 그것이 확장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을 파악하는 데 현실적인 조언이 되어주는 책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사를 바꿀 만큼 위대한 기업을 만든 사람들은 무엇이 달랐는지 확연하게 드러났다.
선한 의도나 천재성과 같은 개인적 특질은 제외되고, 모두가 갖고 있는 공통점만 드러났다.
내가 느낀 바로 그들의 공통점은 병적일 만큼의 꼼꼼함과 관심도였다. 애플, 아마존, 스타벅스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점은 조직에 대한 리더의 사랑이 맹렬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나를 돌아봤을 때 그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고 실제로 자기가 지휘하는 조직을 맹렬히 사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잠깐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그리고 매우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은 상당히 피로한 일이다.
나는 십시일반을 직접 세웠고, 2년 동안 관리했으며, 그 바탕에는 기부 문화를 바꾸겠다는 선한 의도와 또한 십시일반을 inactus(과거 sife)와 같은 글로벌 학생 단체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비전도 있었다.
내가 십시일반 회장을 할 당시에는 내 개인적인 돈을 100만 원 넘게 투자했고 수업도 빠질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 대화를 통해 내가 구심점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졸업하고 나니 놀랍게도 시간을 쏟기가 어려워졌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나의 자식 같은 조직인데.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반성했다. 나에게 조직과 조직원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도 부족했고, 세계적인 기업을 세운 리더들을 보면서 부끄러워졌다.
최근 십시일반을 몇 번 방문했을 때, 이전에 쓰던 모금함이 부서져 파란색 모금함을 쓰고 있는 것을 봤다. 항상 있던 현수막, 배너, 팜플렛들도 다 없어지고 너무 휑하게 느껴졌다. 내 탓이 크다.
입사 전까지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겼으니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돈이 들어가는 부분들은 내가 다시 재투자로 메꾸고, 알럼나이 시스템도 신설하고 싶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봐야겠다. 그리고 한 번쯤은 내가 직접 모금함 뒤에 앉아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
지금은 너무 귀찮다. 학교에 가서 두 시간 동안 모금함 뒤에 앉아 있다니. 예전엔 그 시간들이 왜 그렇게 소중하고 재밌었을까. 조직을 만들고 유지시키는 것은 이렇게나 어렵다. "기부는 습관입니다."라는 슬로건을 자랑스럽게 내걸던 십시일반은 온데간데 없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파랗고 초라한 모금함 하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회사에 들어가고 나면 돌봐줄 수 없으니, 지금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봐야겠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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