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사 사상의 구체화

by Dongeun Paeng
Sep 03, 2015 · 만 25세

나의 블로그를 다 읽어봤다면(그런 사람은 나밖에 없겠지만) 내 인생을 관통하는 사상이 오랫동안 세 가지로 압축되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운칠기삼, 새옹지마, 남이사.

운칠기삼과 새옹지마는 사례를 곁들여 여러 번 다룬 주제이기 때문에 이해가 됐을 텐데, '남이사'라는 것은 약간 애매하다.


남을 신경쓰지 말고 나의 일을 잘하라는 건지, 남이 자기 일을 할 때 신경쓰지 말라는 건지. 둘 다 맞는 뜻인데 이것을 구체화하고 좀 더 명확하게, 자주 떠올리고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조금 말을 바꾸기로 했다.


같은 의미를 지향하면서 더 명확하다고 생각한 단어는 '천차만별, 각양각색'이다.

이것은 왜 우리가 남을 덜 신경써야 하는지에 대해 근거를 제시해준다.


천차만별, 각양각색.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다. 지식도 부족하고 경험도 부족하고 판단력이 정말 하찮아서, 고작 1~2년 뒤도 내다보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거시경제나 산업의 미래는 그나마 내다볼 수 있는데, 개인의 미래는 쉽게 내다보지 못한다.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이 2년 후에 얼마나 변해있을지 우리는 예측할 수 없다.


또 다른 사람들이 특정한 결정을 내릴 때 그것이 어떤 사고를 거쳐서 이루어지는 것인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다. 그 과정을 정확히 알려면 우리는 그의 무의식을 관장하는 어릴 적 경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최근에 나온 책 '미움받을 용기'를 통해 관심이 집중됐던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어릴 적 경험과 현재의 내 모습을 연관짓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프로이트 심리학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우리는 이렇게 다른 사람의 머릿속이나 그 사람의 인생을 이해할 힘도 없으면서 그에 대해 제멋대로 평가하는 경향이 '무척' 강하다.


어떤 선택은 그 사람 나름대로의 장고 끝에 내린 신중한 결론일 것이다. 진로나 배우자와 같은 중요한 문제일 경우.


그런데 거기다 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미련한 행동이다. 내가 무턱대고 반대를 하거나, 훈수를 두려고 하면 그 사람은 피곤해진다.


왜냐하면 내가 알지 못하는 여러 사연들과, 그의 생각이 바뀌고 바뀌는 것을 거듭해 지금의 생각에 이르기까지를 일일이 다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그에게는 피곤한 일일 것이다.


그 생각의 바탕에 어떠한 책들이 있었으며, 누구와의 대화가 있었으며, 어떤 깨달음들이 있었고 어떤 동기부여가 있었는지 알기 전에는 함부로 추측하거나 그의 앞길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설령 모든 상황을 파악한 후에도 나와 생각이 다르다면 그대로 냅두어야 한다.


그건 그의 선택이고, 누가 옳은지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는 것이다.


사람의 판단 기준은 천차만별이며,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어이 없는 판단이, 그에게는 합리적이고 당연한 판단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사람의 기준이 이렇게나 다양하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무엇을 이루었을 때 그걸 인정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나는 어렵게 이룬 일인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평범하거나 허세로 보이는 데 그칠 수 있다. 그럴 때 아쉬워하거나 화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 사람은 그냥 다르다. 같은 노래를 들어도 어떤 사람은 흥이 나고 어떤 사람은 시끄러워한다.


무엇이 옳다/그르다, 좋다/나쁘다, 예쁘다/못났다, 멋지다/추하다 등등 가치의 기준은 정말 천차만별,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남에게 이해를 받으려고 하는 것도 욕심이고, 남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착각이다.


그래서 내 사상은 이제 운칠기삼, 새옹지마(전화위복), 천차만별(각양각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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