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인가, 다음과 합병하기 전 카카오에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알림을 끄는 것 이상으로 원하지 않는 대화에서 티 안 나게 빠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메일이었다.
카카오톡이 생긴 이후로 중대한 사회문화적 변화가 여럿 있었는데, 그 중에 내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바로 '카톡감옥'이다.
네이버에 카톡감옥을 검색하면 중고등학생들이 학우를 따돌리는 과정에서 강제로 초대하고, 괴롭히는 현상으로 나온다.
내가 생각하는 '카톡감옥'의 개념은 조금 다른데, 성인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이며 기술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후대의 생활양식과 사고관, 가치관, 인간관계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반강제적 우정'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원치 않는 조직이나 그룹과 멀어지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예전에는 사람을 사귀는 것만큼이나 멀어지는 것도 아주 쉬웠다. 그냥 연락을 하지 않으면 되었다. 그런 방식으로 멀리할 친구들과 가까이 할 친구들을 가려내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의 성장을 주도할 수 있었다.
가령 술 친구, 교회 친구, 직장 동료, 운동 친구 등등이 있을 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한편 가치관이 다른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둘 수 있었다.
그 편이 갈등도 더 적었다.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적당선에서 서로 예의를 차릴 수도 있고, 거리가 있으면 서로의 삶에 간섭하는 일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카오톡이 생기기 전에는, 먼 친구의 경우에는 남을 통해 전해 듣지 않는 이상 서로가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려지지 않고, 원치 않는 소식을 들을 일도 드물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한 번 카톡방이 신설되면 눈치가 보여서 나가기 어렵다. 그리고 그런 방에서 내가 싫어하는 주제로, 때로는 지저분한 얘기가 오갈 때 꼼짝없이 노출되고 만다. 간혹 낯뜨거운 단어가 섞인 메시지가 팝업으로 뜨면 행여나 다른 사람들이 볼까봐 핸드폰을 뒤집어놓게 된다.
대화의 절반이 여자 얘기, 돈 얘기, 남 헐뜯는 얘기인 카톡방은 생지옥이다. 알림을 꺼도 메시지는 계속 눈에 들어온다.
성격이 너무 다른 두 개의 카톡방이 생기면 그 때는 정말 헷갈린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건지.
즉 카카오톡은 강제로 인간관계를 결속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맺어지는 모든 인간관계가 유익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치 않는 인간관계는 차단할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카카오측에서 유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이런 고민들에 공감할 수 있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2024-04-30: 2023년 10월에 '조용히 나가기'라는 기능이 드디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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