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도어 사건을 계기로 잡스와 워즈 사이의 숨은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애플 컴퓨터에 정말 똑같은 기여를 하고 있는가? 두 사람은 각각 얼마만큼의 몫을 가져가야 합당한가? 사업가나 마케팅 담당자보다 엔지니어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했던 제리 워즈니악은 회사 수익의 대부분이 자기 아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루는 워즈의 집에서 제리 워즈니악과 잡스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는 잡스에게 말했다. “자네는 돈을 가져갈 자격이 없네. 아무것도 만들지 않잖은가?” 잡스는 분한 듯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성격상 그럴 만도 했다. 그는 결코 감정을 속으로 억누르는 타입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잡스는 워즈에게 자신은 기꺼이 이 합자 사업을 중단할 의사가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둘이 공평하게 50 대 50으로 나누지 않으려면 그쪽에서 다 가지는 방법을 택하라고.” 하지만 워즈는 잡스와의 공생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버지보다 훨씬 더 잘 알았다. 만일 잡스가 없었다면 워즈는 아직도 홈브루 클럽 모임에서 회원들에게 회로 기판 설계도를 공짜로 나눠 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워즈의 천재성을 사업으로 연결한 인물은 바로 잡스였다. 워즈는 잡스와의 파트너 관계를 깨지 않기로 결심했다.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저/안진환 역) 중에서
사업에 있어 초기에는 지식 재산이 중요하다. 하지만 사업이 성숙해가면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업가의 기질' 그 자체라고 생각된다. 엑시트를 할지 인수를 할지, 대출을 할지 증자를 할지 등등 CEO는 전방위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서 실력이 뛰어난 것은 나중으로 갈수록 중요성을 잃을 것 같다.
실력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뽑아서 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판단력이다.
외부에 사업을 소개하고, 필요한 재원을 끌어오고, 인맥을 넓히고,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비전을 제시하거나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그런 모든 센스들.
스티브 잡스도 위의 당시에는 뚜렷한 역할이 없어 무시를 당했다. 지금에야 그의 카리스마와 수려한 말빨이 세간으로부터 appreciate 되지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애플 컴퓨터에 손 하나 대지 않고 이래라 저래라만 하는 그를 반쯤 사기꾼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만하다.
안타깝게도 '타고난 사업가 기질'이라는 것은 수치화할 수도 없고, 경력이 말해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것을 믿어주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애플의 경우에는 워즈니악이 더 천재였고, 애플1과 애플2를 생산함에 있어 70% 이상 기여했다고 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티브 잡스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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