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충불가이어어빙(夏蟲不可以語於氷)

by Dongeun Paeng
May 25, 2015 · 만 25세

2015년 5월 18일자 비정상회담.


내용은 혐오주의와 관련된 것이었는데, 내용도 좋았지만 마지막 즈음에 장위안이 한 말이 정말 마음에 와닿았다.


하충불가이어어빙(夏蟲不可以語於氷).


'여름에만 사는 벌레에게 얼음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자 소용없다',

혹은 '여름에만 사는 벌레가 어찌 얼음에 대해 이야기하겠는가'라는 뜻이라고 한다.


빈곤 없는 세상에 대해서 쓴 글이라든지,

국가라는 울타리를 제거하고 더 큰 '우리'라는 개념이 교육될 때 국가 간 분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썼던 글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표현했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 장자에 나오는 말이라는데, 역시 장자는 위대하다. (중국의 지성인들은 고사성어나 논어, 장자를 대화에 섞어 쓰는 습관이 있다는데, 대화하면서 느끼는 지적 희열이 엄청날 것 같다.)


아무튼, 아사(餓死)가 사라진 세상에 대해서 얘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하지만 그것은 2040, 2050년에 대한 얘기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뒤의 일을 누가 감히 불가능, 가능으로 단정지을 수 있을까.

전에도 썼던 것 같은데, 1985년에 지금의 세상에 대해서 묘사했다면 사람들은 소설로 취급했을 것이다.


전자결제, e-book, 자동으로 온도가 조절되는 방, 아침이 되면 불이 켜지고 토스트가 구워지는 주방, 무인자동차.


"30년 전에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겠어", 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렇다면 왜 오늘날 2045년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습다는 입장을 취하는지 모르겠다.


30년 후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가능한 크고 불가능한 일을 얘기하는 것이 좋다. 그럴수록 더 실제에 가까워진다. 최근에 빌게이츠의 예언이라는 것이 SNS에 떠도는데, 당시로서는 불가능하다고밖에 여겨지지 않는 얘기들을 늘어놓은 것이 지금에 와서는 놀랍도록 정확했던 예측이라고 불리고 있다.


만약 빌게이츠가 오늘날보다도 더욱 터무니없이 큰 그림을 그렸다면(ex. 우주이민 등), 2015년이 아니라 2030년 즈음에 SNS에 똑같은 글이 떠돌았을 것이다. 달리 말해 빌게이츠가 어떤 위대한 상상을 했든, 그것은 언젠가 현실이 되었을 일이다. 대부분의 불가능은 시간이 지나면 가능한 일이 되어 있다.


어쩌면 빌게이츠는 2030년을 상상하고 그런 말을 했는데 인류의 발전이 생각보다 빨라서 2015년에 그의 상상을 충족시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를 낳았을 때 축하의 의미로 아기 이름으로 된 주식 계좌를 트고, 코스피나 상하이증시, 나스닥 같은 주식 시장의 index에 천만 원을 넣어놓으면 그 아이가 50세가 되었을 때 집 한 채는 쉽게 장만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랄까.


화성으로의 이민, 하이퍼루프 등 엘론 머스크가 꿈꾸는 세계도 지금은 불가능해보이지만 30년 후에는 가장 큰 사업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아무튼, 미래를 그릴 때 우리는 30년 후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다. 세상은 너무나 크게 바뀌어 있을 것이고, 그 시점에 2015년을 돌아본다면 우리는 '좀 더 크게 생각할걸, 좀 더 원대한 상상을 펼칠걸" 하며 후회하고 있을 수도 있다.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이 미국이나 전세계 시장에서 리더십을 갖고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한국인이 사장이 되어 100, 200명의 미국인 부하직원을 거느리는 모습을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혹은 미국의 엘리트 학생들과 한 팀이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30년 후의 세계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우리는 조금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30년 후, 40년 후의 세상을 이렇게 그린다.


굶어죽는 사람도 없고, 인종 간 차별이 거의 없어지고, 국가 vs. 국가 형태의 분쟁보다는 인류 vs. 자연재해/질병 형태의 분쟁이 더 주요한 쟁점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


국가 간 전쟁에 쏟아붓는 천문학적인 돈을 우주 개척과 인구 증가 문제 해결에 쏟게 될 것이라는 것.


교육의 질이 높아져 자연과의 공존에 더 큰 관심이 생기고, 인류 전체의 번영과 생존에 기여하는 직업들이 존경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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