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한 꿈? 그걸 어떻게 이룰 건데?

by Dongeun Paeng
Mar 07, 2015 · 만 25세

며칠 전에 한 펀드 매니저와 내 비전에 대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미 10년이 다 되어가는 내 비전은 여전히 '기아(饑餓) 근절'이다.


마찬가지로 10년 동안 늘 받는 challenge가 두 가지 있는데 (1) 실패하면? (2) 중장기/단기 계획은 있는가? 라는 것이다.


(1)번에 대해서는 실패해도 일단 목표에 올인하는 삶 자체로 만족한다, 라는 게 현재로서는 나의 대답이다.


문제는 (2)번인데, fuck the plan, cuz it never works,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ㅋㅋ


"좋은 꿈인 건 알겠는데 그것을 이루기 위해 향후 진로에 대해 어떤 계획이 있으며, 니가 그럴 만한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보기엔 넌 너무 평범한데."라는 것이다.


이 분께서도 비슷한 질문을 하셨다.


"똑똑한 건 알겠는데, 그런 큰 일을 해내려면 본인이 최소한 1000만 분의 1 정도 재능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뭔가 다른 사람과 섞여 있어도 티가 날 만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런 재능이나 여건을 갖추기 위한 계획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가 하는 대답은 늘 같았다.


물론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계획이나 재능으로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닌 것 같다. 의지가 더 중요하다.


어차피 나와 같은 환경에서 나와 같은 비전을 가지고 같은 길을 가본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나에게 정답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도 모르고.


중요한 것은 의지다. 특출난 능력이 없이도 끝까지 포기만 안 하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비정상적인 신념이나 질긴 의지 자체가 극히 드물고 그것이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역사에 길이 남을 인류애를 실천했던 슈바이처나 마더 테레사는 어릴 때부터 눈에 띄는 천재/영재였다기보다는 사랑의 실천에 대해 누구보다도 큰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런 일을 위해서 그들이 오래 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기보다는 실천의 비중이 더 컸다.


노예를 해방시킨 링컨이라고 해서 정치, 지식, 매력의 측면에서 1000만 분의 1 수준은 아니었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완벽한 플랜A, 플랜B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7번의 낙선을 포함해 27번이나 실패를 경험했다는 그에게 어떤 계획이 있었다고 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링컨 같은 사람들도 결과를 보여주기 직전까지는 끊임없는 반대와 의심, 걱정, 비웃음 같은 것들을 겪어야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위업들은 탈레브의 '블랙 스완' 이론(‘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지만 일단 발생하면 적절한 설명을 붙여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사건’)으로 설명하면 이해가 쉽다.


하지만 이렇게 대답해도 대부분 보이는 반응은 "그렇지만 당신이 그런 사람은 아니잖아."라는 것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논리적으로는' 딱히 할 말이 없는 데다가, 나도 내 자신이 너무 평범한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때문에 허허 웃으면서 "사실 그렇죠."라고 하는 편인데, 링크의 글에서 내 생각을 어느 정도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


내가 하면 뻘소리지만, Malcolm Gladwell 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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