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비결

by Dongeun Paeng
Dec 29, 2014 · 만 25세

‘성공의 비결’이라는 말은 정말 솔깃하고 달콤하다. 그 비결대로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성공 자체를 좇는 것은 동일한 것 같다.

 

가령 누군가 “난 성공하기 싫어”라고 말할 땐 그 사람이 말하는 성공이 진짜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적인 삶’이 아닌 것이다. 즉 모순이다.

 

더 쉽게 설명해보자면, “난 성공하기 싫어. 그것은 성공한 삶이기 때문이야.”라고 한다거나, “난 성공하기 싫어. 그것은 성공적이지 못한 삶이기 때문이야.”라고 말한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튼, 문장 자체의 논리를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성공의 비결’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애당초 그런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현자(賢者)다.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도 바로 그것이다.

 

사람은 무작위 속에서도 패턴을 찾아내려고 하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인간은 random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게임이라면 random한 것을 즐길 수 있겠으나, 인생이나 생계가 걸린 문제라면 보통 확실한 것을 더 선호할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속성이 오래 전부터 성공론을 양산해온 것 같다. 성공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성공한 인생을 사는 수많은 방법들까지 다양한 성공론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지난 1년간 나도 직장생활이라는 것을 해보면서, 성공이란 무엇일까 밤잠을 설쳐가며 치열하게 고민했다. 기업가, 인생, 가치, 돈, 노동, 행복, 가정의 의미를 다루는 책들을 한 해 동안 최소한 20권은 읽은 것 같다.

 

아래 글을 써내려가기 전에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의미에서의 세속적인 성공’은, 쉽게 말하면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기업으로써 세상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되는 것이고. ‘Business Magnate’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내가 생각하는 성공에 대해서 유사하게 설명하고 있다.

 

성공을 논하는 책들이 하는 주장은 대체로 이렇다. “나는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다. 즉,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했다. 그 예로 기업가 A, 예술가 B, 정치인 C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주장이 다루는 표본(사례)들이 실제 성공한 모든 사람에 비해 너무 부분적이다. 실제로는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도, 유명하거나 인기가 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만 써놓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크게 성공한 사례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아서 내가 처한 현실에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포브스지에서 집계하는 The World's Billionaires List만 보아도, 세계 최고의 부자들 중 생소한 이름들이 꽤 많다. 그리고 국가, 인종, 학력, 나이, 성격, 습관, 주변인물 등 모든 게 천차만별이었다.

 

1. 돈에 대한 욕심이 많아 부자가 된 사람도 있고 욕심이 없는데 부자가 된 사람도 있었다.

 

2. 성격이 더러운 사람(ex: CNN의 테드 터너나 애플의 스티브잡스)도 있고 성격이 좋은 사람(ex: 리처드 브랜슨, 허브 켈러허)도 있었다.

 

3. 젊어서 성공한 사람(래리 페이지,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도 있었고 나이 들어 성공한 사람(레이쥔, 마윈, 커넬 샌더스)도 있었다.

 

4. 부를 축적한 방식도 천차만별이었다. 혁신 기술로 스타 기업을 일궈낸 기업가(빌게이츠, 스티브잡스, 구글창업자들)들도 있는가 하면 정부의 힘을 빌리거나 국가의 특성을 이용해 대규모 기업집단을 만든 경우(이건희, 카를로스 슬림)도 있었다.

 

5. 세상을 바꾸거나 무에서 유를 창조해 부자가 된 사람들(록펠러, 앤드류 카네기, JP모건, 빌게이츠)도 있고, 평범한 일을 탁월하게 해내서 엄청나게 부자가 된 사람들(워렌 버핏은 주식투자를 잘했고, IKEA의 잉바르 캄프라드는 가구점을, ZARA의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옷가게를 잘 키워냈다)도 있다.

 

6. Fancy한 비즈니스모델로 성공한 경우(Airbnb, Dropbox)도 있었지만 전혀 젊고 멋지지 않은 비즈니스모델로 큰 기업을 일군 경우도 많다. (인프라/설탕/밀가루를 파는 기업으로 아프리카 최대 부자가 된 알리코 단고테, 문어발식 M&A로 기업을 확장해 부자가 된 리카싱)

 

7. 스타급 기업가들도 있는가 하면 조용히 자기 할 일 하는 기업가들도 있다. (세계 20위 부자에 드는 Koch 형제는 자산 합계가 약 90조, 카지노 재벌 셸든 아델슨은 30조원으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나 조지 소로스보다 훨씬 부자다. 뭐하는 사람들인지 국내에는 많이 안 알려졌지만.)

 

내가 한 해 동안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성공에는 패턴이 없다.”라는 것이다.

내가 본 책들, 그리고 그 책들이 다룬 성공한 사람들 사이에는 일정한 패턴이 없었다. 내가 책을 너무 적게 읽었기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아직도 성공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CS는 기본으로 깔고 가야 되고, bilingual, trilingual해야 되고, 인맥도 쌓아야 하고, 인문학과 공학 지식을 겸비한 양손잡이 인재가 되어야 하고 등등 수도 없이 많다.

 

나도 아직도 성공에 관한 책들을 끊임없이 사서 읽고 있다. 그게 나한테 어떤 가치를 더해주는지는 아직 모른다. 어쩌면 수많은 사례들이 머릿속에서 통합되어 나만의 성공비결을 나도 모르는 사이 터득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의 고민의 결과는 위와 같다. 성공이라는 게 딱히 패턴이 없다는 것. 실패한 사람들에 대한 검토 없이 성공한 사람들만 조명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탄탄한 성공론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재밌다는 것! ㅋㅋ

NEXT POST

퇴사 전 팀장님과 마지막 식사

Dec 30, 2014 · 만 25세

한 해 동안 미운 정 고운 정 많이 들었기에, 이렇게 헤어짐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꼭 성공해서 팀장님을 찾아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보기

PREVIOUS POST

천재의 의미

Dec 18, 2014 · 만 24세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아주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면,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