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비즈니스리뷰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글들 중 흥미로운 글이 있어서 옮겨왔다.
스마일 커브는 2013년 1학기에 들었던 경영전략 과목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개념이다.
골자는 제조업의 시대는 지났고, 이제 우리나라는 산업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가치사슬의 앞뒤에 있는 고부가가치 노동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치사슬의 앞뒤에는 R&D와 마케팅이 있다.
제조업의 핵심은 원가 경쟁이고, 가격을 낮추는 치킨 게임이 되는 반면 R&D, 마케팅은 아이디어와 전략의 싸움이다.
그래서 이 곳 가치사슬의 양 끝자락에서는 혁신이 뒷받침된다면 가격이 크게 올라가도 그것을 소비자들이 감당할 수 있다. 때문에 중국 등 제조비가 싼 신흥국과 싸워서 이기기 위해서는 R&D와 마케팅에서 승부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으로 나아갈수록 노동 인력은 고급화되고(젊은 사람들이 똑똑해짐), 그 사람들을 공장 제조 노동자로 쓸 수 없기 때문에 R&D, 마케팅과 같은 고부가가치 업무에 투입해야 한다. 그리고 제조기지는 가격이 싼 신흥국으로 옮길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제조기지가 신흥국으로 싹 빠져나가버리면(제조업 공동 현상)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인력이 많이 필요 없는 R&D, 마케팅이 대학에서 쏟아져나오는 고급 인력들을 모두 커버할 수 없게 돼서 실업이 가속되고... 뭐 이런 스토리다.
아래의 글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스마일 커브에 집중하게 될 경우 국가의 산업경쟁력이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리고 맞는 말인 것 같다. 미국 기업들이 요즘 제조기지를 다시 국내로 돌리는 reshoring 현상(오티스, GE 등 회사들이 공장을 중국에서 철수하고 멕시코나 미국으로 옮기고 있음)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강성 노조로 인해 제조업 인건비가 말도 안 되게 높은 우리나라는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
[Editor’s Letter] / 김남국 스마일 커브의 덫 ‘스마일 커브(smile curve)’를 들어보신 분들 많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제조 분야에서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됐지만 이제는 제조 전 단계(연구개발, 제품 기획, 디자인 등)와 제조 후 단계(마케팅, 서비스 등)에서 훨씬 큰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도표입니다. 모양이 웃는 표정 같아서 ‘스마일 커브’로 불립니다.
실제 많은 기업과 국가들은 스마일 커브가 옳다고 생각하고 성장 전략을 새로 짰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제조 기지를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로 이전한 것은 스마일 커브의 시사점을 그대로 받아들인 의사결정입니다. 반면 연구개발이나 마케팅 등은 주요 기능으로 여겨 본국에서 직접 수행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많은 국가들도 제조보다는 그 이전 및 이후 단계에 집중 투자했습니다. 미국이 대표적이고 영국과 프랑스 등도 같은 길을 갔습니다. 이런 정책이 30년째 시행되면서 미국의 제조업 기반은 사실상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스마일 커브에 대한 맹신은 전형적인 서양식 기계론적 세계관에 기초한 것입니다. 동양의 유기체적 관점에서 전체를 바라보면 제조업은 결코 무시할 대상이 아닙니다. 물론 겉으로는 연구개발이나 디자인, 서비스 등이 제조보다 훨씬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제조 분야의 경쟁력과 연구개발이나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은 서로 연결돼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조업이 떠나면 숙련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제조기술 향상을 지원하는 연구원이나 디자이너,컨설팅, 설계, 엔지니어링 기술자 등도 할 일이 없어집니다. 이들 전문가는 공장이 이전한 개도국으로 근거지를 옮기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또 원재료 공급업체도 제조 공장을 따라 이전하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더 큰 문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생태계가 붕괴하면서 이들 간의 지식 교류와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혁신이 멈춘다는 점입니다. 결국 제조업 경쟁력과 연결된 광범위한 고부가가치 생태계가 무너지고 맙니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제조업을 등한시한 결과는 매우 심각합니다. 당장 제조업이 개도국으로 근거지를 옮기면서 상품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또 제조업은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입니다. 제조 기반이 무너진 국가들은 중산층 숫자가 줄어들었고 소득 양극화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달랐습니다. 독일은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수준으로 주요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입니다. OECD 평균(약 15%)보다 훨씬 높습니다. 금융위기 이전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서비스 중심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소홀히 한다며 독일 경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물론 금융위기 후 이제는 모두 독일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과 영국의 지도자들도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을 화두로 들고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의 롤모델은 독일입니다.
제조업은 서비스업과 근본적으로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제조업은 성장할수록 근거지에서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됩니다. 실제 독일 제조업이 성장하고 있지만 해외보다는 독일 현지 일자리 창출 규모가 더 큽니다. 하지만 서비스업은 성장하더라도 해외 일자리가 더 많아집니다. 호텔, 외식업체, 금융서비스 등 글로벌화로 생긴 일자리의 대부분은 해외 현지에서 창출됩니다. 국가 차원에서 제조업을 절대 버려서는 안 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조업 기반이 강한 독일이 ‘인더스트리 4.0’이란 화두를 들고나온 것은 이 분야에서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됩니다. 우리도 이런 움직임을 등한시해서는 안 됩니다.
DBR은 이번 호에 ‘Next Manufacturing’을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스마일 커브의 덫에 빠지지 말고 강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 제조업의 육성과 성장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기업 경쟁력 강화에 제조업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이 스페셜 리포트를 계기로 제조업에 대한 새로운 고민과 대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합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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