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라이프에 올린 글을 그대로 올림>
토막 시신 제보 시 포상금 5천만 원을 지급한다는 뉴스 기사를 보았습니다.
제보자에게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음지에 가려진 ‘시체팔이 장사(통나무 비스니스)’을 수면 위로 드러내보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포상금을 5억원, 많게는 10억 원으로 늘리면 어떨까요? 통나무 장사꾼들을 이간질하는 이호경식의 수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람을 한 명 죽이고 장기 등을 팔면 1-2억이 나온다고 가정해봅시다. 통나무 비즈니스 공급망 각 부분에 위치한 중간 작업자들, 특히 납치, 통나무 제작/배달 등 실제 범죄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건당 1-2천씩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 떠돌던 조선족 랜덤채팅의 내용이 사실이라면요.
이런 사람들은 범죄 예방에 필요한 정보(작업장의 위치, 시체를 주로 묻는 장소, 주로 납치하는 장소 및 방법, 주요 인물의 소재)를 충분히 많이 갖고 있을 텐데, 이들 중 만약 제보자가 생긴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통나무 비즈니스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
일반적인 싸이코패스와 통나무 장사꾼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통나무 장사는 말 그대로 장사로서, 목적이 돈이라는 것이 다릅니다. 이 사람들은 결국 돈을 보고 움직이는 사람들인데, 통나무 장사에 가담하는 것보다 그것을 신고하는 데 따르는 인센티브가 10배 이상 크다면 군침이 돌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제가 통나무 장사꾼이라면, 베일에 가려진 꿀정보들을 야금야금 제보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작업을 50번 해야 벌 돈을 한 번에 벌 수 있으니까요. (제보자의 신원 보장, 처벌 면제 등도 약속되어야겠죠.)
만약 이렇게 포상금에 솔깃해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게 되면, 통나무 비즈니스의 윗선에 있는 사장들이 쫄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어느 날 누가 갑자기 배신해버릴지 모르게 되겠죠. 통나무 비즈니스는 발설되면 안 되는 산업의 특성 상, 신뢰가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자기가 부리는 작업자들을 쉽게 믿기 힘들어지는 것이죠. 그렇다고 건당 가격을 5-10배씩 올릴 수도 없지요.
인건비를 5배 올렸으니 장기 가격도 그만큼 올리면 된다?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산 장기만 가격이 비싸질 뿐 다른 국가에서 생산되는 장기들은 가격이 그대로일 테니 한국에서 통나무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들만 가격경쟁력이 내려가겠죠. 국산 장기라고 해서 더 건강한 것도 아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싸게 주고 살 이유가 없지요.
그러면 결국 한국에서 통나무 비즈니스를 하는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하나둘씩 우리나라에서 떠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자본의 논리를 따르는 시장에서는, 결국 자본을 가장 많이 투입하는 사람이 시장을 지배하는 갑이 될 테고, 정부가 거대 자본을 들고 시장에 난입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자는 것이죠. ‘통나무를 팔 때보다 신고할 때 더 인센티브가 크다.’라는 새로운 룰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과 현실을 많이 다를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모든 범죄가 해죅될 수 있다면 마약 제보 포상금도 천문학적으로 올리면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게요, 왜 마약 산업은 이런 식으로 소탕되지 않은 걸까요?
제보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100명이 나오면 무려 천 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 그렇게 된다면 그것도 엄청난 비용이 되겠지요.
뿐만 아니라 장기의 가격탄력성이 낮아 높은 가격에도 수요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통나무 비즈니스의 인기가 더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고, 생각보다 사업자 간 의리가 끈끈해서 포상금이 높아질수록 더 꽁꽁 숨을 수도 있고요.
저와 제 친구들의 이야기만으로는 그럴싸한 정답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에게는 없는 지식을 갖고 계신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포상금을 5-10억으로 올리면 통나무 비즈니스는 어떻게 될까요? 산업 전체를 disrupt하는 신의 한 수가 돌 수 있을까요? 아니면 변화가 미미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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