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학기 때, 노상규 선생님이 강의하신 "네트워크비즈니스경영" 수업이 생각난다.
강의 중에 잠깐 토론의 주제가 되었던 게, 인터넷 상에서의 집단지성을 신뢰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자극적인 출발이 몰입도를 높이므로,
여자친구가 "나 몸이 좀 아픈데 오늘은 실내에서 놀까?"라고 얘기했다는 것으로 글을 시작해보자.
이것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집단지성을 신뢰한다면 온라인에 주어진 상황과 여자친구의 말을 올리고 사람들의 대답을 종합해서 답을 구할 수 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믿을 만한 정보원 몇 명(여자친구 본인, 여친의 가족, 여친의 친구, 본인이 아는 몇몇 여자들)에게 질문함으로써 답을 찾으려 할 수도 있다.
뭐가 더 정확할까?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애초에 정답이 없는 질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강의를 듣던 그 당시 나는 집단지성을 믿지 않는다는 의견 쪽이었고, 근거는 '강물을 흐리는 미꾸라지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었다. 달리 말해 어딜 가나 트롤이 존재하기 때문에 100% 신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때 내가 예로 든 게 온라인 상에서의 포르노와 무료 다운로드 문제였다. 요즈음 야동과 신작 영화 토렌트 파일을 찾기 제일 쉬운 곳이 구글이다. 상대적으로 소수인 지성인의 자정작용에 맡기기엔 퍼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포르노가 어때서?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런 것을 제외한다 쳐도 여전히 저작권을 침해하는 무료 토렌트 자료들(나도 상당히 즐기는 편이지만)의 문제와,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유언비어가 나도는 문제 등이 여전히 남아 있다.
한편 집단지성을 신뢰한다는 주장의 evidence로 많이 등장했던 게 바로 위키피디아와 디씨인사이드였다. 정해진 주제에 대해 잘 아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그 주제에 대한 지식을 완성해나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링크의 글과 같이 다수의 동의로 잘못된 정보가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소수 전문가의 의견이 다수에 의해 무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가 빠진 집단지성의 한계'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게 된다.
일례로 The Journal of the American Osteopathic Association에서는 의료비가 비싼 10개 주요 질병-심장병, 암, 정신병, 트라우마 등-에 대한 위키피디아의 정보와 학계의 상호심사논문을 비교한 결과 10개 항목 모두 틀린 정보가 수록돼있다고 밝혔다. 미국인 정치학자 데니스 하트(Dennis Hart)가 ‘한국 전쟁’ 항목을 수정했다가 모두 되돌려진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잘못된 정보가 수록된 사례를 찾자면 어렵지 않게 이것저것 찾을 수 있다.
이 긴 글의 결론은, 쉽게 말해 집단지성이 잘 먹히는 분야가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다는 것이다. 원래 위키피디아라는 단어 자체가 백과사전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백과사전이라는 것 자체가 학계에서는 신뢰할 만한 출처로 사용되지가 않는다.
따라서 집단지성을 무한신뢰하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정보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집단지성에 의존할 것인지 아니면 교수님이나 선배, 친구에게 전화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4-02-15: 아래 위키피디아에 대한 논문 내용을 정리해두었는데, 내용이 길고 좋은 정보가 없어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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