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법칙(?)

by Dongeun Paeng
Mar 04, 2014 · 만 24세

깊고 풍부한 커피 맛에 익숙해진 사람은 싸구려 커피에 만족하지 못한다.

차 있는 남자와 오래 만난 여자는 차 없는 남자와 연애할 때 불편함을 느낀다.

완벽에 가까운 몸을 만들어본 남자는 기름진 음식이 왠지 불편하다.


좋은 것을 맛본 사람은 그보다 못한 것의 결핍(deficiency)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된다.

경험이라는 것은 잊어버리려고 해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분야에서 자신의 클래스가 높아질수록 점점 까다로워진다.


윤리의 영역을 예로 들어보자. 길에 침을 뱉거나, 껌을 뱉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그런데 본인이 도로 청결에 각별히 신경쓰고 주의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껌을 뱉을 때 그게 무척 신경쓰이게 된다.


근데 이 사람이 어느 날부터인가 무단횡단도 하지 않게 됐다. 그 이후로, 갑자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무단횡단이 눈에 밟히기 시작한다. 빨간 불인데 쫑쫑대며 뛰어가는 아줌마, 아저씨, 중고등학생들이 꼴사납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길에 쓰레기 버리는 사람은 물론, 무단횡단 하는 사람도 못봐주겠는 것이다.


이 사람이 버스 앞문으로만 타기, 춥다고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가 있지 않기, 지하철은 무조건 사람들이 다 내린 다음에 타기, 노약자석에는 절대 앉지 않기, 40대 어른 즈음 되면 자리 양보하기 등등 점점 자기 자신의 윤리 기준을 강화한다고 해보자.


이 사람의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쉬리 같은 인간은 많이 없을 것이다. 본인만 피곤해지는 것이다. 자기가 세운 윤리 기준에 맞게 열심히 사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닌데, 다른 사람들을 자꾸 비교하고 판단하게 되는 그게 위험한 것이다. 나만 잘하면 될 뿐, 다른 사람에게까지 강요할 필요는 없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건 so cool and nice겠지만.


너무 고상하게 살면 나중에는 눈에 드는 사람이 없어진다.

적당히 살든지, 아니면 스스로 엄격하게 살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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