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고통은 필수?

by Dongeun Paeng
Jul 21, 2013 · 만 23세

올해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 중 하나는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 IF)이다. 이 식이요법이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는 확증은 아직 없는 상태이지만, 분명한 것은 다이어트(살빼기)에 지대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은 정해진 시간 동안 마음껏 먹고 그보다 긴 시간 동안 공복을 유지하는 다이어트 기법인데, 그 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하루 24시간 중 8시간 동안 마음껏 먹고 16시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서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다.


평소 운동과 몸 관리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나는 간헐적 단식을 알게 된 후 바로 실시해보았다. 내가 느낀 간헐적 단식의 가장 큰 특징은 전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마음껏 먹고, 다음날 정오까지 아무 것도 먹지 않는 방식을 취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식이요법이 지방을 걷어내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No pain, no gain.


고통 없이는 얻는 게 없다는 말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 말이 탁월한 설명력을 갖는다고 보지 않는다. 괜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는 인과관계가 설명되지 않는 성공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인과관계가 형성되려면 100억 원짜리 복권에 당첨된 사람의 pain은 얼마나 엄청나야 할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밭을 갈며 배를 곯다가 죽는 사람의 인생은 어느 정도의 gain이 있어야 올바른 인과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2010년,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대한민국을 한 차례 휩쓸었다. 책에 나온 여러 재밌는 예시들 중, 택시 운전수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소개하자면 이렇다. 선진국의 택시 운전수는 후진국의 택시 운전수에 비해 돈을 훨씬 많이 번다. 그러나 그가 투입하는 노력이나 운전 기술 자체는 후진국의 택시 운전수에 비해 대단하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후진국에서 택시를 모는 것이 더 어렵고 골치아픈 일이다.


이런 이상한(?) 경우의 대부분은 운으로 설명된다. 운은 pain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운이라는 것은 순전히 no pain but gain, 혹은 less pain, bigger gain이라고 볼 수 있다.


숨막힐 정도로 잘생긴 얼굴, 예쁜 얼굴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도 운이 좋은 상황에서 삶을 시작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우리 삶에는 꼭 고통이 수반되지 않아도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경우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어떤 일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느 정도의 희생과 고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심리학의 이론 중 하나인 기대이론(Vroom, 1964)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대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내가 투입한 노력이 적절한 성과, 그리고 그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기대를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노력을 덜 투입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내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누적되고 보편화됐을 때 사회 전체가 한 단계 진일보하는 것이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이제까지 많은 사람들이 몰랐을 뿐이지, 세상에는 고통 없이 살을 빼는 방법이 분명히 존재했던 것이다! 많은 임상적 근거가 쌓이고 있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큰 탈이 없는 것 같다.


이제까지 지름길이 없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닫힌 생각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지름길이 없다고 하는 것이 맞다. 우리 세대가 찾아낸 수많은 지름길, 혁신들 또한 과거에는 불가능의 영역이었을 것이다.


눈물 나는 노력, 뼈를 깎는 고통이 없이 뭔가 해낼 수 있을 때에는, '말도 안 돼'라는 보수적인 태도 못지않게 그것을 쿨하게 인정하고 '혁신'이라는 도장을 찍어줄 필요도 있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현대의 사람들이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것을 본 원시인이, 부싯돌이나 나무, 햇빛을 이용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이 불은 악마의 불이다! 라고 한다면 아마 우스울 것이다.


원시인이 되지 말자. 그리고 다이어트로 고생했던 사람들은, 의심보다는 혁신적인 식이요법이 발견된 시대에 태어났음을 감사히 여기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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