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ypto] 가상자산의 시대 - Blockchain / NFT / Cryptocurrency / DAO / Metaverse / DeFi

by Dongeun Paeng
Jan 21, 2022 · 만 32세

서론


최근(이라고 하기엔 너무 오래 전부터 지속된) 암호화폐 열풍이 거세다.

나는 공부 목적으로 소액의 거래를 해보긴 했지만 암호화폐에 투자를 하지는 않고 있다.


투자를 하기엔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내 주변에서 암호화폐에 투자 중인 사람들에게 투자 이유에 대해서 물어봤을 때, "돈 벌려고(매각 차익)" 이외의 대답을 한 사람은 없었다.


즉 어떤 신생 화폐를 사모으는데, 그 이유가 '이 신생 화폐가 법정 통화를 대체하고 미래를 바꿀 것이어서'가 아니라 '가격이 등락하는 가운데 시세차익을 줄 것이어서'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미 이 신생 화폐는 화폐로서의 기능을 잃은 것이 아닌가? (화폐의 기능)


아무튼 내게는 아직 '화폐'에 투자한다는 것도 이상하게 느껴지고, 투자를 한다는 것은 '화폐'의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하는 마음을 방증하는데 화폐의 가격이 많이 올라서 수익을 얻을 정도가 되면 그것이 화폐로서 기능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업계에 계신 어떤 분은 더이상 암호화폐라는 단어를 써서 혼동을 주어선 안 되고, 가상자산이라고 지칭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그 자산은 미술품 같은 수집품이 되는 셈이다. 수집품에 투자하는 것은 말이 되는 현상이다. 암호화폐가 법정통화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고, 수집품으로 끝날 것이라고 '항복'한다면 나는 그 생각에는 찬성이다.


본론


몇 가지 사고실험을 해보았다. 이 사고실험에서 등장하는 질문들이 잘 대답된다면 나는 암호화폐가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


우선 암호화폐가 화폐라고 가정해보자.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시중)에 1조 원이 있다. 지금은 커피 한 잔에 1,000원이다. 그런데 이런 세상에 누군가가 1조 원 어치의 코인을 발행했다. 그래서 이제 세상에는 1조 원 + 1조 코인이 존재한다. 그러면 커피값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1,000원 + 1,000코인이 되어야 할까?


암호화폐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풀리는 돈이 1조 원 + 1조 코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1조 원이 1조 코인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코인의 발행 주체가 1조원을 받고 1조 코인을 시중에 판매한 다음, 자신이 받은 1조 원을 소각해야 한다. 즉 법인 계좌로 받은 1조 원을 불태워버리거나 땅에 묻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게 가능할까? 정부가 직접 코인의 발행 주체가 된다면 믿을 수 있다. 즉 디지털 화폐 공급을 위해, 코인을 발행하고 그 대가로 받은 법정 통화를 삭제해버리겠다고 하면 시간이 흐른 뒤 이 세상에는 1조 코인만 남을 수 있다. 반면 코인 발행 주체가 '기업'이라면, 어떤 기업이 코인을 판매한 대가를 소각하겠는가?


한편, 어떤 코인 발행 주체가 진심으로 법정 통화에 욕심을 갖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즉 자신이 1만 코인을 발행하고 1만 원을 받았더라도, 1만 원은 그 즉시 태워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 과제는 이 세상이 코인 결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코인 결제를 허용하려면, 다시 한 번 코인 발행 주체가 자기 마음대로 코인을 찍어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즉 화폐 주조 차익을 노리고 화폐를 만들지 않을 거라는 도덕적 믿음이 필요하다. 우리는 암호화폐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이나 DAO, 오픈소스 개발자들을 (진짜로) 정부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가?


이번에는 세상에 1조 원 + 1조 코인이 생기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코인 발행 주체들은 코인을 발행하면서 그 대가로 받은 법정 통화를 절대 소각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 가정이 더욱 현실적이다. 결과적으로 세상에는 새로운 종류의 화폐가 엄청나게 발행되어서 유동성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저 암호화폐가 실물 경제에 들어오게 할 것인가? 즉 암호화폐로 차도 사고 집도 사게 해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암호화폐의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정부는 실물경제와 암호화폐를 떼어놓으려고 할 것이다. 왜냐면 암호화폐로 빵도 커피도 사먹을 수 있게 하면, 코인은 결제 수단으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는데 이 코인의 발행량을 정부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시중에 풀린 돈(법정통화 + 코인)이 감당 못할 정도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가 실물 경제로 들어오는 것을 허용한 엘살바도르)


정부가 위와 같은 고민으로 실물 경제로 암호화폐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고 해보자. 그러면 세상은 다음과 같이 굴러갈 것이다. 1조 원이 돌아다니는 실물 경제. 1조 코인이 돌아다니는 가상 세계.


이 상황에서, 넘쳐나는 코인을 갖고 있는 코인 부자들의 선택지는 두 가지이다. 첫째, 코인을 전부 법정통화로 바꿔서 실제 부자가 되기. 둘째, 코인을 받아들이는 가상 세계에서 실컷 쓰기.


만약 집, 차, 여행을 좋아하는 코인 부자라면 실물 경제에서 돈을 쓰고 싶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현재 거래소에서 코인을 법정통화로 바꾸어 쓰고 있다. 미시적인 수준에서는 이런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 부자들이 심심찮게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거시적으로 생각해보면, 코인이 법정통화로 환전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5조 코인을 가진 코인 부자가 그것을 원화로 바꾸고 싶다고 해보자. 그런데 모든 코인 부자들이 같은 생각을 해서(이 전제에 대해서 잠시 후 살펴본다), 거래소에서는 코인을 팔려는 사람만 있고 사려는 사람은 없다고 해보자. 그러면 코인을 법정통화로 바꿔주는 남은 거래처는 지갑 운영사다. 지갑 운영사는 일종의 환전소인데, 법정통화를 받고 코인을 주는 기관이다.


그런데 5조 코인을 가진 부자들이 열 명만 찾아와도 50조 원이다. 과연 이 환전소에는 50조 원이 있을까? 없다. 애초에 5조 코인은 코인 발행자가 발행하던 당시에는 500억 코인이었다. 이게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과정에서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가 맞아떨어져 5조 코인이 된 것이다. 그래서 환전소에는 이 코인을 법정통화로 바꿔줄 만한 충분한 돈이 없다. 이것은 코인 발행 주체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만든 A 코인 100억 원 어치를 갖고 있으니 달러로 바꿔주시오"라고 얘기해도 소용 없다는 것이다. 그 발행 주체는 "내가 1코인을 1달러에 만들어서 발행했는데, 당신들끼리 실컷 주고 받으면서 가격을 이렇게 올려놓은 것 아니오?"라고 얘기할 수 있다.


지금은 시중에 존재하는 코인 중 극히 일부만 법정 통화로 환전되고 있기에 시스템이 붕괴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코인 부자들은 법정 통화로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 코인으로 들고 있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서이다. 그럴 만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믿음, 둘째는 코인으로도 사용처가 있다는 만족감 때문이다.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믿음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기에, 코인 생태계는 어떻게든 사용처를 만들어야만 했다. 만약 코인에 열심히 투자해서 1,000억 원 어치 코인을 보유하게 되었는데 쓸 곳이 없다면 코인 부자들은 이내 흥미를 잃을 것이고, 그러면 전체 코인 가격이 폭락해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만다.


그렇다면 사용처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가상 세계를 잘 만들고, 거기서 사치욕과 소비욕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해주면 된다. 인간은 필요에 의해 소비하기도 하지만, 욕망에 의해 소비할 때 더 큰 돈을 더 쉽게 쓴다. 과시욕을 건드린 명품 브랜드가 큰 돈을 버는 이치가 바로 그것이다.


이쯤 설명하면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개념이 있을 것이다. 코인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실물 경제에서는 돈을 쓰기가 쉽지 않고, 그래서 가상 세계로 눈을 돌렸을 때 존재하는 사치의 대상. 바로 NFT이다.


명품 브랜드들과 나이키 같은 신발 브랜드, 헐리우드 유명인사 등은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수많은 기업들이 서둘러 NFT를 만들어서 코인 부자들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이 기업들은 NFT를 판매하여 벌어들인 코인을 갖고 어떻게 할까? 과연 그 코인을 재무상태표에 나오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취급해서 잘 보관하고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벌어들인 코인을 곧바로 법정통화로 바꿀 것이다.


전체 흐름을 복기하면 이렇다.


어떤 코인 발행 주체가 1코인을 1달러에 판다. 그 코인이 거래소에서 거래가 되는 과정에서 100달러가 된다. 1코인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실물 경제에서 100달러를 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100달러 어치 나이키 NFT를 산다. 나이키는 이 NFT를 만드는 데 1달러 정도의 원가를 사용했다. 1코인을 받고, 그것을 곧바로 100달러로 바꾼다. 그래서 나이키는 1달러 원가로 만든 그림 파일을 팔아서 100달러를 얻었다. 나이키는 이런 대동강 물 장사가 지속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에(즉 코인을 법정통화로 바꾸다 보면 금세 법정통화가 바닥나서 막힐 것임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서두른다.


대동강 물 장사는 수익성이 매우 좋아서, 전통 경제학에서 말하는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수많은 경쟁자들이 빠른 속도로 시장에 뛰어들고 마진은 점점 0에 수렴한다. 최근 대부분의 디지털 기업들이 NFT 사업에 뛰어드는 현상이 이를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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