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세스는 허쉬 초콜릿사가 1907년부터 제조한 눈물방울 모양의 초콜릿이다.
키세스는 독특한 모양과 널리 알려진 브랜드의 힘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히 아는 초콜릿이다.
그런데 키세스를 사먹는 사람들은 키세스가 눈물방울 모양을 한 최초의 초콜릿이기 때문에 사먹는 것일까?
혹은 가장 맛있는 초콜릿이기 때문에 사먹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아주 오래 된 브랜드라는 점에 프리미엄을 더하는 것일까?
아니면 저렴한 가격 때문일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첫 번째 이유, 즉 최초의 초콜릿이어서 사먹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가격을 살펴보면 네 번째 이유도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주관적으로는 두 번째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첫 번째 이유는 반드시 사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키세스는 눈물방울 모양을 한 최초의 초콜릿이 아니기 때문이다.
키세스가 개발되기 훨씬 전인 1894년부터 미국에는 "윌버 버드"라는 이름의 눈물방울 초콜릿이 있었다.
하지만 그 초콜릿은 수제 초콜릿이어서, 허쉬사의 대량 생산 시스템과 경쟁할 때 생산량이 현저히 낮았다.
최초가 반드시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가 나오기 100년 전에도 전기차가 있었고, 네이버도 최초의 검색 포털 사이트가 아니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이전에 넷스케이프가 있었고, 그런 익스플로러도 크롬에게 점유율을 역전당했다.
다시 돌아와서, 키세스는 (내 생각에) 가장 맛있는 초콜릿도 아니고, 가나 초콜릿보다 그램 당 가격이 1.7배 이상이다. 그런데도 허쉬사는 허쉬 초콜릿과 키세스를 바탕으로 북미 초콜릿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2위는 MARS) 지위를 지키고 있고, 발렌타인데이를 앞둔 지금 쿠팡의 초콜릿 섹션에서는 키세스가 9개의 상품 중 제일 첫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Byron Sharp의 <How Brands Grow> 내용에 나의 주관적인 해석을 더해보자면 키세스의 성공 요인은 '익숙함'인 것 같다.
초콜릿은 저관여 제품이고, 사람들은 저관여 제품을 구매할 때 신중하게 고민하기보다는 별 생각 없이 산다. 이 때 새로운 맛을 탐험하는 횟수보다, 익숙한 맛을 찾는 횟수가 많을 것이다. (가설)
이렇게 익숙함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구매 횟수로 인해 대형마트 및 편의점 업체들에게 키세스는 초콜릿 진열대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 브랜드로 인식될 것이다. 진열대는 공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키세스의 독주는 더 심해질 것이다.
가령 10m 진열대는 3m를 키세스에 할당하고 나머지 7m를 다른 여러 브랜드로 할당할 텐데, 5m 진열대는 10m의 절반이라고 해서 1.5m만 키세스에 할당하지 않을 것이다. 키세스를 놓으면 2m 어치는 족히 팔린다는 경험치가 있기 때문에 5m 중 2m를 키세스에 할당하고 3m를 다른 브랜드들로 채울 것이다. 이 때 존재감이 없는 브랜드들은 떨어져나갈 것이다.
어느 마트에 가든, 어느 편의점에 가든 키세스가 항상 보이는 현상은, 익숙함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그렇게 익숙함과 판매량, 유통업체에의 협상력은 계속 강화되는 flywheel을 만들어낼 것이다.
B2B나 다른 산업군에서의 브랜드는 아직 고민을 깊이 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저관여 소비재"에 있어 강한 브랜드는 가격, 역사, 고유성, originality(최초), 품질 같은 요소에도 당연히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익숙함'이야말로 강한 브랜드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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