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내다보는 방식을 크게 두 차원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기준은 "크게 vs. 작게"이다. 둘째 기준은 "짧게 vs. 멀리"이다.
사람들은 짧고 크게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3년 내 밸류에이션 1천억 원 달성"처럼.
수리적으로 볼 때, "30년 내 밸류에이션 5조 원 달성"이 더 큰 목표이다. 더 멀리 보는 관점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즉, '미래를 크게 생각하라'는 주문에 대해 누군가 '30년 후 5조 원 짜리 회사를 만들겠다'고 한다면, 정당한 대답이다.
이 목표에 비하면 오히려 '3년 내 1천억 원'은 작은 목표다.
그런데 사람들은 후자를 더 멋지고 가슴 설레는 목표로 받아들일 때가 많다. 즉 '작고 짧게' 보는 것이, 때로 '크고 멀리' 보는 것보다 더 visionary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찰리 멍거의 말처럼 세상은 우스꽝스럽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다. 우리가 앞을 내다보며 미래를 기대할 때, '훨씬 작아도 좋으니 짧게 보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조바심 편향 때문이다.
사람들은 단기간에 빠르게 크는 것을, '큰 목표'라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웅장한(magnificent) 것을 만들겠다는 생각도 '큰 목표'라고 생각할지언정, 정작 자기 삶을 그 목표에 투신하는 것은 망설인다.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되는 일을 생각해보자. 얼핏 생각해보아도 웬만한 스타트업 창업보다 훨씬 위대하고 큰 일이다. 대한민국 R&D의 1/4이 삼성전자 지출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삼성전자 대표이사 이름도 잘 모르고, 이력도 잘 모른다. 위에 쓴 것처럼, '너무 오래 걸리는 일은 아무리 큰 일이라 하더라도 짜릿하지가 않다'는 우스운 편향 때문이 아닐까?
2022년 퇴임한 고동진 전 대표는 1984년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입사 후 대략 33~34년 후에 삼성전자 대표가 되었다. 인생의 3분의 1을 거진 무명으로 일한 셈이다. 1961년생이니, 스물넷에 입사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성실하고 묵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거대한 서사가 희귀한 이유는, 사람들이 대부분 짧은 모험을 긴 여정보다 선호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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